웜비어 사망에 대북여론 악화 반영 美 독자해법 경고했을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21일(현지시간)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미국 측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중국 측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안보대화를 열어 최우선 의제인 북핵 문제를 포함한 주요 외교 현안들의 논의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외교안보대화를 앞두고 북한에 강제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엿새 만에 사망하면서 회담장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미국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에 대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라고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대외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한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대행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최대 초점은 (중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통한 북한 압박"이라며 "중국이 제제를 더 많이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미국은 필요한 독자행동을 할 것을 명확히 밝혀왔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업의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여론이 냉각된 가운데 열린 이날 회담에서도 미국은 이러한 입장을 전달하며 중국 측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회담 전부터 중국을 향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라고 수차례 공개적으로 주문하면서 이번 외교안보대화에서 이런 요구를 전달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지도부의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그런 노력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며 독자행동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사전 압박 공세에 중국 측도 회담 전부터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을 각오하는 기류였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웜비어 사망 사건과 미국의 강경해진 대북 기류를 회담의 악재로 평가하면서 "중·미 대화는 미국이 말하고 중국이 듣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회담 전부터 난기류가 일면서 이번 미·중 외교안보대화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회담이 끝나도 공동성명이 나오기는 어렵고 언론설명이나 보도자료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중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남중국해 분쟁 해법, 테러리즘과 이슬람국가(IS) 격퇴 활동 문제 등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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