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장타 40개…발사각도 높이면서 '웨이트트레이닝 효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KBO리그 장타 수 1위는 구자욱(24·삼성 라이온즈)이다. 타율이 아닌 장타 수 1위라는 점이 놀랍다.
구자욱은 21일까지 장타 40개(홈런 14개, 2루타 21개, 3루타 5개)로 한동민(SK 와이번스, 38개)과 최형우(KIA 타이거즈, 36개)를 제치고 이 부문 1위를 달린다.
그는 장타율(0.583) 7위, 순수 장타율(0.277) 6위로 리그 정상급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구자욱은 정확도와 빠른 발로 주목받았다. 2015년에 타율 0.349, 2016년에 0.343을 올렸다. 장타력은 '가능성'만 보인 시기였다.
하지만 올해 구자욱은 달라졌다. 정규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14개)를 이뤘다.
"확실히 비거리가 늘었다"는 게 삼성 내부의 평가다.
구자욱은 "발사각도를 신경 쓰면서 비거리가 늘었다"며 "공을 맞히는 걸 넘어 더 강하게 때리고, 가장 멀리 날아가는 각도로 치는 것까지 생각하려고 한다"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발사각도'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플라이볼 혁명'이 유행하면서 자주 거론된다. 한국에서도 많은 타자가 발사각도에 관심을 보인다.
최근 메이저리그에는 '어퍼 스윙'을 하는 타자가 늘었다. 정확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레벨스윙'은 다소 힘이 약한 타자의 타격폼으로 전락했다.
'공을 띄워야 홈런을 물론 안타도 많이 나온다'는 분석 결과가 만든 변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가 타격의 정답으로 통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포물선을 그리는 타구가 비거리를 늘리고, 타율과 장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공을 띄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가 됐다.
동시에 발사각도가 주목받았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나오는 10∼15도보다 공을 더 띄우는 25∼35도 사이가 '더 이상적인 발사각도'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발사각도 25∼35도에서 가장 많은 홈런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발사각도에 대한 논의가 늘고 있다. 일단 "메이저리그 타자보다 타구 속도가 느린 한국 타자들에게는 발사각도 25도 정도의 타구가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지만 올해 KBO리그 홈런 평균 발사각도가 30도에 육박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구자욱이 몸으로 느낀 건 "내 경우로 한정해서, 10도를 조금 넘는 발사각도로는 공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겨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웠다. 지난해보다 타구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에 스윙 궤적을 아래에서 위로 치는 변화를 주면서 발사각도를 키웠다.
구자욱은 "원하는 발사각도에서 공을 때리면 확실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공이 멀리 간다"라며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스윙을 하는 경우가 아직은 많지 않다"고 웃었다.
그는 만족하지 않지만, 자신이 의도한 각도에서 맞는 공은 확실히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공을 툭 건드리고 전력 질주했던 구자욱은 이제 타구를 멀리 보내고 더 많은 누를 노린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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