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물피 도주사고 최대 벌금 20만원
"도로만 대상"…경찰, 모든 주차장으로 확대 추진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A(39·여)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 50분께 길가에 주차해 둔 차에 오르려다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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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조수석 문짝을 누군가 차로 긁고 그냥 갔기 때문이다.
A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신고 2시간여 전 이곳을 지나던 B(27)씨가 자신의 승용차 우측 앞범퍼로 A씨의 차량 조수석 문짝을 긁고는 그냥 간 사실을 확인했다.
예전 같았으면 가해 운전자 B씨를 처벌하기가 어려웠지만, 경찰은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B씨에게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25점을 부과했다.
이 사고는 물피 도주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적용한 전국 첫 사례로 알려졌다.
이달 3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은 인명피해가 없는 경미한 물적 피해 교통사고를 낸 뒤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도주한 운전자를 처벌하는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아직 아파트나 상가, 노상 주차구역 등 '주차장'이 아닌 도로법상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에만 적용돼 한 해 수천 건에 달하는 물피 도주사고를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경미한 물피 도주사고 운전자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25점 혹은 최대 벌금 20만원의 처벌을 받는다.
예전엔 물피 도주사고를 낸 경우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했으나, 고의 사고가 아니거나 사고로 인한 비산물로 2차 사고 위험이 없는 등의 경우엔 불기소 처분돼 범칙금 3만원, 벌점 10점(승용차 기준)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 상당수는 경찰에 도움을 청하기보단, 보험사에 요청해 민사적으로 사건을 해결해왔다.
이번에 강화된 처벌조항은 도로변 물피 도주사고 운전자를 '주차 뺑소니'로 간주하고 처벌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경찰은 형사처벌 조항이 생긴 만큼, 가해자가 피해 보상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아파트나 상가, 노상 주차구획 등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도로법상 도로에 주차된 차량만 대상으로 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주차 뺑소니 처벌 규정은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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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경찰은 주차 뺑소니 대상을 모든 주차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엔 사실상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었던 주차 뺑소니를 처벌하도록 법령을 개선함으로써 피해자들이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라며 "아직 노상 사고에만 국한돼 있는 부분은 경찰청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로변 불법주차 차량에 사고를 낸 경우도, 가·피해자 보상 비율은 민사적인 문제이고 경찰에선 사고를 내고 조치 없이 도주한 부분에 대해서 처벌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경기 남부지역에서 발생한 물피 도주사고는 2015년 4천971건, 지난해 3천968건, 올해 들어 5월 말 현재 4천117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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