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생' 공시생의 죽음과 '완생' 부패 공무원

입력 2017-06-22 10:36  

[기자수첩] '미생' 공시생의 죽음과 '완생' 부패 공무원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완생(完生)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렸건만 결국 미생(未生)에 그쳤다. 공무원 시험이란 절벽에 부닥친 한 떨기 청춘은 스스로 사그라들었다.

20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지난 4월 어머니와 함께 귀향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목숨을 끊은 사연은 세간의 안타까움을 샀다.

3년간 거듭된 낙방에 따른 좌절감에다 고향에 내려갈 면목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토록 참담한 귀향길이 또 있을까.


미생이 갈구했던 완생의 공직사회가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1∼2015년 지방공무원 1만2천376명이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았다.

품위 손상(60.3%)이 가장 많았고, 직무태만, 복무규정 위반, 금품수수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도 공직사회에 만연한 제 식구 감싸기 풍토 탓에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받은 공무원은 2천59명(16.6%)에 불과했다.

감사원이 지난 5년간 징계를 요구한 4건 가운데 1건은 소속 부처에서 감경됐다.

감사원이 중징계를 요구한 429건 중 110건이 한 단계 이상 낮은 수준의 징계로 처리된 것이다.

비리 공무원들의 범죄 유형은 만취 난동, 도박, 몰래카메라 설치, 보조금·예산 횡령, 뇌물수수, 강요, 후배 성희롱 등을 망라했다.

공복이 저질렀다고 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공직사회의 기강이 얼마나 느슨해져 있는가를 새삼 확인시켜주는 통계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50조원 가량이 부패로 사라진다고 한다. 부패만 없으면 일자리도 절로 창출될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만큼 부패 척결은 어느 때보다 국가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부패의 근원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공무원은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공복의 제1 임무는 국민을 위한 봉사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연내 공무원 1만2천여 명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직사회에 후배들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얘기다.

후배에게 존경받고 국민에게 인정받는 공무원이 되려면 미생의 초심을 지키며 국민에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져야 할 때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소포클레스는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토록 갈망했던 내일이다"고 적었다.

'완생' 공무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sollens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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