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7개월만에 45달러 아래로, WTI 이어 약세장 진입
연초 대비 20% 하락 이후 "30달러대 간다"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원유 공급과잉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서부텍사스원유(WTI)에 이어 브렌트유도 약세장에 진입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5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21일(현지시간) 배럴당 1.20 달러 내려간 44.82 달러를 기록했다. 1월의 고점보다 22% 낮아져 약세장에 들어섰다. 하루 전 약세장에 진입한 WTI는 이날 98센트 하락한 배럴당 42.53 달러다.
국제유가는 연초대비 약 20% 하락했다. 1997년 이후 상반기 성적으로는 최악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부분의 트레이더는 미국 셰일업체들이 생산량 확대 계획을 늦추거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유가 하락세를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집계한 석유 재고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가는 하락했다. 미국 셰일업체를 몰아내기 위해 사우디가 생산량을 늘려온 결과, 재고는 막대하다.
석유시장 참가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에너지애스펙츠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애널리스트 암리타 센은 CNBC에서 "지금은 떨어지는 칼날 같아 잡지 못한다"면서 "고객들이 20∼30년간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연초에 유가 상승에 베팅했지만, 방향을 바꿔 최근 몇 주간 매도 포지션을 늘렸다.
OPEC은 지난달 감산 기한을 2018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유가는 오히려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 셰일 업계의 생산량은 시장의 예상을 웃돌고 있다. 미국 셰일 오일과 가스 업체들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도산 위기에 몰렸다가,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생산성을 높였다.
OPEC 회원국이지만 내전 등으로 석유산업이 타격을 입었던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는 감산에서 제외돼 근래 산유량을 대폭 회복한 것도 유가에 악재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비잔 잔가네 석유장관은 이날 OPEC 회원국들이 감산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그는 "OPEC 회원국들과 새로운 결정을 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어떤 결정이라도 회원국의 감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사우디의 칼리드 알 팔리 에너지장관은 이번 주 앞서 감산이 결국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인내를 촉구했다.
석유 컨설팅업체 FGE의 프레이던 페샤라키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OPEC이 유가를 50달러로 끌어올리려면 하루 7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가 감산이 없으면 유가는 4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의 개혁 정책을 주도해온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가 왕세자가 된 것도 석유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CNBC에 따르면 로열뱅크오브캐나다는 그가 더 매파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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