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RM 거액 인수'에 일본전산 회장 '쓴소리'

입력 2017-06-22 11:52  

손정의 'ARM 거액 인수'에 일본전산 회장 '쓴소리'

"손씨가 하는 것 틀린 게 없다고 하면 큰 구멍 뚫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21일 소프트뱅크그룹 주주총회에서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사장을 겨냥해 사외이사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 겸 사장이 '한 방'을 날렸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가모리 회장은 주총에서 작년 9월 3조3천억엔(약 33조8천600억원)에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에 대해 "나라면 3천억엔 밖에 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외이사는 한국·일본에서 거수기적인 존재라는 지적을 받는데, 공개 주총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수성가형 손 사장이나 나가모리 회장 모두 기업인수경험이 풍부하다. 서로 잘 안다.




나가모리 회장은 이사회에서도 인수 문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그는 "손 상(씨)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틀림없다고 하면 큰 구멍이 생긴다"며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다른 의견으로 (경영에 대해) 감정하는 사외이사가 한 사람도, 두 사람도 없으면"이라고 덧붙이고는 최종적으로 찬성했다고 한다. 구색갖추기 의미로 수위를 낮춘 모양새다.

이에 손 사장은 "대단히 건전한 이사회를 하고 있다.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명도 했다.

손 사장은 실제 "실제로 사 보면 밖에서 보는 것 보다는 훌륭한 회사다"라고 자신의 판단이 적절했음도 강조했다. 나가모리 회장의 발언이 구색 맞추기였는지, 진짜 문제 제기였는지는 여전히 애매하다.

1년 전의 주총에서는 손 사장은 60세를 계기로 사장을 물러난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고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던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퇴임시킨 바 있다.

손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새로운 후계자상에 대해서도 언급, "그룹에서 5년이나 10년 중요한 경영 역할을 같이 맡게 되는 인물"이라고 대체적인 윤곽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10년에 걸쳐 충분히 속마음까지 파악하고 능력으로서나 인격적으로 뛰어난 인물을 고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로부터 소프트뱅크가 주력하는 인공지능(AI)이 후계 후보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인간집단을 통솔하는 것이기 때문에 육신을 가진 인간이 되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아로라에게 88억엔의 퇴직 비용을 지불한 것에 대해서는 "지불할 필요가 없는 퇴직금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대신 제가 사장에 되돌아 왔다는 가치가 있다"며 이해를 구했다.

소프트뱅크는 손 사장이 21일자로 회장을 겸한다고 발표했다.

tae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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