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언론들과 취임 후 첫 공동인터뷰…"자유·민주주의 향한 싸움, 유럽에 달렸다"
'강한 유럽연합 건설로 세계질서 주도' 의지 천명
(서울·파리=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와 유럽의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면서 자신이 서구 자유주의 질서의 '적자'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이 국제무대에서의 기존 리더십을 거둬들이고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로 탈(脫)유럽의 길을 택하는 등 대서양동맹이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강한 유럽'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피가로, 가디언,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유럽 8개 매체와 한 22일자(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유럽은 슈퍼마켓이 아닌 운명공동체"라면서 EU의 결속력 강화를 다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공동인터뷰를 갖고, 현 세계가 당면한 최대 난제로 "서구 민주주의의 위기"를 꼽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위기가 "일정 부분 세계질서가 낳은 심각한 불평등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극단주의, 불평등, 권위주의 체제 등에 맞서 기후변화를 막고 사회정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특히 "미국은 이런 상황에서 세계 무대에서 발을 빼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유럽연합에 달렸다"고 강조했다.세계질서를 유럽이 주도해나갈 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등 고립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미국 대신 "개인적 자유와 민주주의 정신, 사회정의가 공고히 결합된 유럽이 이 싸움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가 이런 역할을 선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국내에서의 각종 개혁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자국의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로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견인해 낼 국내 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뜻이다.
브렉시트 협상이 개시된 영국에 대해선 직설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유럽의 가치는 존중하지 않은 채 이익만 취하는 시니컬한 접근법으로 유럽연합을 대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은 이어 "유럽은 슈퍼마켓이 아닌 운명공동체"라면서 "(EU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은 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연대와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영국뿐 아니라 난민 분산수용 정책을 거부하는 폴란드, 헝가리 등 중유럽 EU 회원국을 겨냥한 비판이기도 하다.
EU의 핵심 파트너국가인 독일과는 긴밀한 공조로 EU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EU 개혁의 해법은 프랑스와 독일 양국 간 협력에 있다"면서 "국가 이기주의는 민주주의의 약화를 불러오고 역사적 도전에 대한 공동대응을 무기력하게 하는 느린 독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총선에서 자신이 창당한 집권당이 압승한 데 대해서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획득한 것은 끝이 아닌 도전의 시작"이라면서 "프랑스와 유럽의 르네상스(부흥)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롱은 "서구의 상상력의 위기는 중대한 도전이다. 한 명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나는 유럽인들의 에너지와 역사의 실마리를 되찾아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은 22∼23일에는 브렉시트 결정 1주년을 맞아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 참석,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결속력 다지기에 나선다.
총선에서 과반의 압승을 한 직후라 EU 정상들 사이에서의 그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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