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대선 압승 로하니 견제 나선 듯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달 대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재선에 성공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간에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 보도했다.
대선에서 500여만 표차로 압승을 거둔 로하니 대통령의 치솟는 인기를 견제하기 위한 하메네이의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로하니 대통령은 대선 후 공개 연설을 통해 서로를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하메네이가 지난주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삼부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로하니 대통령에 공개 면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연설에서 로하니 대통령의 경제정책 연설을 언급하는 가운데, 로하니 대통령이 정책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그 시행의 주체는 그 자신이라고 지적해 로하니 대통령에게 면박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참석자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으나 당사자인 로하니 대통령은 거북스런 미소만 지은 것으로 당시 비디오에서 나타났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에 맞서 하메네이의 정치적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종교지도자의 정통성은 인민의 의지와 초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의 사위이자 시아파 지도자였던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를 거론했다.
탈리브는 인민들의 지지가 있을 때만 칼리프(이슬람국 수장)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재선된 자신의 정통성을 역사적 고사에 빗대 강조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종신직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지지자들에게는 용인하기 힘든 것으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하메네이에 우호적인 성직자들은 최고지도자의 정통성이나 이슬람 율법 통치는 신성불가침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또 당시 연설에서 지난 1980~1981년 이란 혁명 초기 당시 대통령이 사회를 분열시켰다면서 이것이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 혁명 후 첫 대통령 아볼하산 바니사드르를 지칭한 것으로 바니사드르 전 대통령은 당시 이슬람 성직자들과 마찰을 빚다 탄핵당해 해외로 망명했었다.
하메네이의 발언은 로하니 대통령도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로하니 대통령 측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슬람 통치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강경파인 하메네이는 최근 대선에서 개혁파인 로하니 대통령 대신 그의 경쟁자인 에브라힘 라이시를 은연중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최고지도부 내의 이러한 갈등에 대해 세인트 앤드루스대의 알리 안사리 이란연구소장은 하메네이가 최근 로하니 대통령의 대선 압승 후 그의 치솟는 인기를 견제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로하니 전임자인 모하마드 하타미와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들도 하메네이와 긴장 관계를 유지했었지만 최근 하메네이의 건강과 그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출 권력과 비선출 기득권층 간의 권력 투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것으로 가디언은 지적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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