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트남-美日 군사·경제협력 강화에 '불만' 표출 관측
中국방부 "일정 때문에 취소한 것" 일축
(하노이·베이징=연합뉴스) 김문성 심재훈 특파원 = 방위협력 방안 논의차 베트남을 방문했던 중국 대표단이 돌연 일정을 줄이고 귀국해 양국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다.
뿌리 깊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베트남이 미국, 일본과 군사·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데 중국이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22일 베트남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주말 베트남을 찾았던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예정보다 이른 19일 베트남을 떠났다.
판 부주석은 지난 18일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쩐 다이 꽝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등 베트남 국가지도부 '빅3'를 예방하고 베트남군 고위인사들을 만났다.
이어 판 부주석은 20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제4차 중국·베트남 국경방위 우호교류 프로그램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양국 방위협력과 국경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체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이 회의 장소로 잡은 베트남 서북부 지역의 많은 비와 산사태 등 악천후로 취소했다는 것이 양측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국 국방부 또한 "일의 스케줄 때문에 중국 측이 원래 계획했던 중국과 베트남 고위 관료의 만남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국방부는 지난 12일 판 부주석이 스페인, 핀란드, 베트남을 방문하며 중·베트남 국경방위 프로그램에 참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판 부주석은 18일 쫑 서기장 등을 만나 자리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사이가 좋은 이웃국가이며 전략적 의미가 있는 운명 공동체"라면서 "중국은 양군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고도로 중시하며 베트남과 협력이 진일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베트남의 대외 행보와 남중국해 갈등을 연관 짓고 있다.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달 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협력 강화와 남중국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연대를 약속했다. 일본 총리와는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거점화 추진에 대한 우려를 공감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중국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 전투기 24대를 수용할 격납고를 짓는 등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는 미국 국방부의 최근 보고서와 관련, "중국은 국제법 존중을 토대로 남중국해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책임 있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해상보안청과 베트남 해양경비대가 지난주 베트남 중부 남중국해 인근에서 불법 조업 단속에 초점을 두고 한 합동훈련도 중국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판 부주석이 베트남에 스프래틀리 제도의 뱅가드 모래톱 해역에서 자원 개발의 중단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이어 교수는 "베트남 지도자들이 중국의 요구를 거절하고 베트남의 영유권을 재차 주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은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과 함께 문제의 해역에서 2023년까지 첫 전력용 가스를 생산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레 홍 히엡 연구원은 중국으로서는 베트남이 이런 계획을 중단하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로 한 양측의 이전 합의를 준수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최근 베트남의 자원개발 계획 해역에 40여 척의 선박과 여러 대의 군용기를 배치했다는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를 놓고 세이어 교수는 향후 며칠 안에 중국과 베트남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제기했지만, 양국이 영유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지는 의문이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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