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용의자 조사 개입했지만 고문은 가담 안 해"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6/22//AKR20170622170600111_01_i.jpg)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예멘 남부에 알카에다 관련 용의자를 수천 명을 수용하는 비밀 감옥이 있고, 이곳에서 잔혹한 고문 등 인권 침해 행위가 상습적으로 자행됐다고 AP통신이 탐사 취재를 통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테러 척결을 명분으로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인권 유린과 유사한 일이 예멘에서도 벌어진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예멘 남부의 최소 18곳의 비밀 감옥이 예멘군과 내전에 개입한 아랍에미리트(UAE)군에 의해 운영됐다.
이들 감옥은 군기지, 항구, 공항 등 정부 관련 시설의 내부뿐 아니라 민가와 나이트클럽으로 위장해 설치되기도 했다.
수감자들은 AP통신에 "눈을 가린 채 배설물이 마구 발라진 컨테이너에 빽빽이 수 주 동안 가둬놓았다"며 "구타와 '그릴'(마치 바비큐처럼 불 위에 꼬챙이에 사람을 매달아 돌리는 것) 고문, 성적 학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수감자는 아프거나 죽기 직전이었다"며 "(처우에) 항의하면 바로 고문실에 끌려가 채찍질 당했다"고 털어놨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에 대해 이들 용의자 조사에 참여했고 UAE 군에서 진술 조서를 받아 보기도 했으나, 인권 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에 가담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인권 침해 의혹이 있어 실사를 벌였지만 미군이 이들 시설에 있을 때는 고문이나 학대가 없었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은 주장했다.
미군은 예멘 알카에다(AQAP)를 공격하기 위해 폭격용 드론(무인기)을 사용하고, 종종 특수부대를 파병하고 있다.
UAE 정부도 AP통신에 "예멘에 비밀 수용시설이나 조사 중 가혹 행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비밀 감옥의 한 곳인 예멘 남부 리얀 수용소의 책임자 역시 AP통신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AP통신은 그러나 수감자의 가족과 예멘 현지 인권 변호사를 인용해 비밀 감옥에서 고문이 자행됐으며 약 2천명이 이곳에서 행방불명 됐다는 주장을 전했다.
이 매체는 "인터뷰한 이들 모두 미국 측 조사관이 실제 학대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했다"면서도 전문가의 의견을 빌어 "제3자에 의한 고문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도 전쟁 범죄"라고 보도했다.
또 해상의 미군 소속 배 안에 용의자를 가두고 고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군의 해명에 의문을 달았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1월 취임하면서 수감 시설에서 벌어지는 고문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2014년 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보고서를 공개했음에도 예멘에서는 여전히 미군의 개입이 의심되는 고문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