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폭력보다는 부패 의존해 거의 모든 분야에 세력 뻗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에 이슬람 극단주의 동조자들에 의한 테러가 일상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테러와 같은 보다 심각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마초 합법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탈리아 검찰의 마피아 수사 책임자인 프란코 로베르티 검사는 22일 공개된 이탈리아 반마피아·대테러 검찰 보고서에서 "국가의 법집행 자원과 인력을 대마초 단속 등에 할애하기보다는 (테러와 마피아와 같은) 좀 더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현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유럽 차원에서 대마초 등 중독성 없는 마약에 대한 궁극적인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마초 합법화를 평소 지지해온 로베르티 검사는 과거에도 이탈리아에서의 대마초 소비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시험시밈 것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지적하며 "더 많은 경찰력을 대마초 단속에 할애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놓고 의회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한편, 로베르티 검사는 2015년 7월부터 작년 6월까지의 1년 동안의 마피아 범죄와 테러 동향 등을 담은 이번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에서 현재 가장 세력이 강한 마피아로 칼라브리아에 기반을 둔 은드란게타를 꼽았다.
그는 "은드란게타는 정치와 공공행정, 경제 등 사회의 모든 핵심 부문에 진출해 있다"며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거와 같은 폭력보다는 부패라는 수단을 주로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마피아와 관련한 살인 사건은 급감했으나, 이것이 마피아가 위축되고 있음을 뜻하진 않는다"며 따라서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뇌물을 받고 공공 입찰을 조작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관련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은드란게타는 건설, 쓰레기 처리, 도박 등의 합법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세력을 불리고 있으며, 부동산 투자와 소매업 등을 매개로 돈 세탁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들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캐나다, 미국 등의 해외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베르티 검사는 이탈리아가 유럽행 아프리카 난민들의 최대 관문이 되며 기록적인 난민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탈리아의 난민 유입과 범죄 증가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존재한다"며 "새로 입국한 난민들을 당국이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범죄 집단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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