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존재 가능성' 발언 스스로 부정…사법방해 의혹도 부인
이제 '코미 메모'에 시선집중…녹취 부재시 특검수사 난항 예상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이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최근 보도된 모든 정보의 불법 유출, 폭로, 가로채기, 전자기기 감시 등과 관련해서 나와 제임스 코미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 또는 '테이프'가 있는지 모른다"면서 "나는 그런 녹취(테이프)를 만들지 않았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코미 전 국장과의 만찬과 전화통화 대화를 녹음한 녹음테이프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던 발언을 완전히 부정한 것이다.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위터 발언에 조금 앞서 이 사안을 잘 아는 한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일전 언급했던 녹음테이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여겨지던 녹취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도 상당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러시아 관련 수사중단 압력을 넣었다가 통하지 않자 그를 해임했다는 '사법방해' 혐의를 특검이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방영 예정인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수사) 방해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는 없었으며 거의 모두가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방송에 앞서 인터뷰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코미 전 국장 해임 이후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코미와 매우 좋은 친구 사이여서 성가시다. 두고 봐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뮬러 특검에 의해) 고용된 사람들은 모두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코미 전 국장을 지난 5월 9일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이 올해 초 백악관 만찬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며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코미 측은 이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며 녹취가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또는 조사 중인 특검과 미 의회는 테이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러시아 스캔들'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증거, 즉 '스모킹 건'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테이프'의 존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제 모든 시선은 코미 전 국장이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의 1월 27일 '만찬 대화 메모'에 쏠리게 됐다.
양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수사중단 압력과 충성 맹세 요구가 진실인지를 놓고 전혀 다른 주장으로 맞선 상황에서, 코미의 메모는 현시점까지 나온 유일한 물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미를 향한 언론과 의회의 메모 공개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 "만약 대통령에게 테이프가 없었다면 왜 그는 (테이프의 존재를) 암시했나"라며 "코미 전 국장을 위협하거나 침묵하게 하려는 것이었는가"라고 반문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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