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드나들 때마다 사르르 소리 내는 자갈마당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대교를 지나 영도 해안을 따라 9.1㎞를 차로 달리면 영도 최남단 태종대에 도착한다.
해발 250m 태종산을 중심으로 해송과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해안에는 깎아 세운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이 관광객을 반기는 곳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부산하면 해운대 바다를 공식처럼 떠올리지만 사실 부산사람의 화끈한 기질을 닮은 바다는 태종대 앞바다다.
날씨가 궂은 날에는 거대한 바위 절벽을 향해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무섭게 파도가 치다가도 맑은 날은 에메랄드빛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며 예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태종대 유원지 입구에 차를 대고 관광객들은 3가지 방법으로 태종대를 둘러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다누비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태종대 산책로를 따라 순환하는 꼬마 열차로 한번 표를 끊으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관광지를 둘러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40여 분간 바다 위에서 태종대를 볼 수 있는데 유람선을 따라 쫓아다니는 갈매기떼에게 먹이를 주면 눈앞까지 바짝 다가와 먹이를 채 가는 이색적인 장면도 볼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두발로 산책로를 따라 1시간여가량 걸으며 태종대를 즐기는 것이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태종대 광장에서 시작하는 산책로는 둥글게 연결되기 때문에 좌우 어느 방향으로 출발하든 따라 걸으면 광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우측 산책로에서는 가장 먼저 생달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200여 종의 수목과 60여 종의 새를 만날 수 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안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20여 분간 천천히 걸어 태종대의 끝자락인 전망대에 도착하면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안겨온다.
일출과 일몰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다.
태종대라는 이름은 신라 태종무열왕에게서 왔다.
무열왕이 이곳에서 활을 쏘고 말을 달렸다는 설이 있다.
전망대에서 기암절벽과 해안을 보고 있노라면 말을 타고 누비는 무열왕의 기상이 절로 떠오르는 듯하다.
망망대해에는 꼬마 섬과 오륙도가 눈에 들어온다.
날이 좋을 때는 태종대에서 약 56㎞ 떨어진 일본 대마도도 희미하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더 걸으면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도 등대를 볼 수 있다.
1906년 12월에 설치된 등대로 세계 각국의 선박이 영도 등대를 지표로 부산항을 찾았다.
이곳 영도 등대에는 2004년 자연사박물관, 해양도서실, 해양영상관, 갤러리 등 부대시설도 갖춰졌다.
등대에서 바다를 향해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넓고 평평한 바위 하나가 보인다.
옛날 선녀들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있는 신선바위다. 신라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신선대'라고 쓴 진필 각자도 있었다고 한다.
신선바위에는 유일하게 우뚝 솟은 망부석이 있다.
신라 눌지왕 때 일본에 볼모로 있는 왕자를 구하고 죽은 박제상의 아내가 이곳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됐다는 사연이 전해진다.
등대 왼편을 절벽 계단을 따라 한참 내려가면 파도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자갈마당이 나온다.
쉴 새 없이 파도가 들었다가 나가며 자갈들이 휩쓸리고 부딪쳐 사르르∼ 낮게 소리를 낸다.
시원한 해풍을 맞으며 자갈 소리를 한참 듣고 있으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6월이면 태종대에서 꼭 들러야 할 곳도 있다.
35종의 수국 4천여 그루가 활짝 피는 태종사다.
경내 곳곳에 붉은색, 하얀색, 보라색 등 탐스럽게 핀 수국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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