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 개고기 어쩌나…"업소 폐쇄해라" 민원 연 1천건

입력 2017-06-26 07:11  

경동시장 개고기 어쩌나…"업소 폐쇄해라" 민원 연 1천건

개고기 판매 업소 5곳…법규 마땅찮아 '동물 학대' 등으로 주 1회 단속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반려동물이 어엿한 '가족'으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된 가운데, 개고기를 파는 도심 전통시장을 두고 서울시와 자치구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개고기 유통업소 폐쇄 요청 등 매년 1천 건이 넘는 민원 '폭탄'이 쏟아지고 있지만, 판매 제재 등을 뒷받침할 법규가 마땅치 않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시와 동대문구에 따르면 제기동 경동시장에는 현재 개고기를 파는 업소가 5곳이다.

예전에는 6곳이 영업을 했으나 당국이 폐업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끝에 지난달 1곳이 문을 닫았다. 이곳은 현재 창고로 활용하기 위해 개조 중이다.

동물단체 등은 줄곧 경동시장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국내 최대 개고기 유통 시장인 성남 모란시장 일부 업소가 올해 들어 개 도살 시설 등을 자진 철거하면서 서울 경동시장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정식 민원 접수를 통해 담당 공무원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전달돼 와서 답변한 것만 올해 200건"이라며 "전화를 걸어 의견을 낸 민원은 1천 건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민원 내용은 90% 이상이 '경동시장에서 개고기를 팔지 못하도록 업소를 폐쇄해달라'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구 동물 담당 부서는 주로 유기동물 보호·관리가 주된 업무다. 하지만 경동시장 때문에 개고기 관련 민원이 쏟아지면서 담당 공무원은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닌 '개고기'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구 역시 관련 민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대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관련 법규 자체가 마땅치 않아 손을 쓸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구 관계자는 "개 도살·판매 행위에 대한 단속 근거가 없다"며 "축산물 위생관리법은 개의 도살이나 판매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만 동물보호법상 '학대' 관련 조항으로 단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업주들이 이를 잘 알고 있어 동물이 동족의 도살 장면을 볼 수 없도록 해놓고 전기도살을 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법 8조는 ▲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나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구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1회씩 관내 동대문경찰서 제기파출소와 함께 합동 단속을 펼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한 도살 행위, 길거리에 개 철장을 쌓아 인도를 불법 점거하거나 분뇨 등을 무단 배출하는 경우 등이 단속 대상이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1건씩 총 2건의 동물 학대를 적발해 업주를 형사고발했다.

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다른 개가 보는 앞에서 전기충격기도 쓰지 않은 채 잔인한 방식으로 도살하는 업주를 적발했다"며 "이 업주는 이달 초 재판에 넘겨졌다"고 말했다.

구는 현재 경동시장에 남은 개고기 판매 업소 5곳 가운데 가게 밖에 개 철장을 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5곳 가운데 3곳은 개고기만 팔고 있으며, 2곳만 개 도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시와 함께 합동 단속을 이어가면서 남은 업소에 대해서도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꾸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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