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등 9명 모두 유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남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일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가 2014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남긴 이 말은 큰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정씨가 깊은 생각 없이 적었다는 이 말이 지난해 10월 알려지면서 '여론의 법정'에서 최씨 모녀는 융단폭격을 맞았다.
체육특기자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뒤 학사 관리에서 갖은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에 큰 허탈감을 줬던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 사건 연루자들이 23일 법원에서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6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등 관련자 총 9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이대 비리 사건은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선 실세'의 딸 한 명에 국내 명문 사립대의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사실에 이대 내부 구성원은 물론 수험생과 학부모, 나아가 온 국민이 큰 충격과 분노에 빠졌다.
결국 비리 사건으로 국민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고,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나오면서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평가가 많다.
정씨의 "돈도 실력이야"란 발언은 허튼 말이 아니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통해 총장부터 교수까지 권력 실세의 딸 한 명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사실이 드러났다.
최경희 전 총장은 최씨로부터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선발 과정에 정씨를 합격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교수들에게 "무조건 뽑으라"고 지시했다.
남궁곤 입학처장은 규정을 어기고 정씨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들고 면접장에 들어가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입학 후에도 출석 처리와 성적 관리에서 특혜를 받았다. 정씨는 수업에 한 번도 얼굴을 보이지 않고도 출석을 인정받았고, 이인성 교수는 정씨를 대신해 과제물을 해주기도 했다.
정씨는 덴마크 도피 생활을 끝내고 귀국하던 지난달 31일 "저는 전공이 뭔지도 사실 잘 모르고. 저는 한 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다시 한 번 허탈감을 안겼다.
정씨는 이후에도 이대 입학 및 학사비리는 모친 최순실씨가 꾸민 일로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철부지인척 하기' 전략으로 일관, 2차례 구속 위기를 모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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