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아편 전쟁이라는 굴욕의 역사를 딛고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한다."
홍콩은 원래 중국 땅이었으나 영국에 뺏겼다가 다시 중국에 반환된 굴욕의 역사를 품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가보면 홍콩의 굴욕은 1839년부터 1842년까지 치러진 청나라와 영국의 아편 전쟁부터 시작됐다. 영국의 승리로 난징(南京)조약에 따라 홍콩 섬이 영국에 할양됐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국 본토에 사회주의 국가를 세웠으나, 영국은 홍콩에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식시켜 동·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결합한 '동양의 진주'로 발전시켰다.
세계 2차대전 시기인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홍콩 점령 시기가 있었지만, 1946년 다시 영국의 직할 식민지가 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유 시장 경제체제로 무역·금융 중심의 현대화된 도시국가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1970년대 말에 이르러 서구 제국주의가 저물자 홍콩에서도 힘의 균형이 서서히 영국에서 중국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은 홍콩 조기 반환이 중국 체제에 부담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홍콩의 대륙 의존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홍콩 흡수 전략을 구사했다.
1997년으로 예정된 영국의 홍콩조차 만기를 앞두고 1980년대 영국과 중국 간에 힘겨루기가 팽팽했다.
영국은 조차를 연기하려 했고 중국은 그걸 절대 수용할 수 없었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1982년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홍콩을 둘러싼 공식 협상에 나섰다.
대처 총리는 중국의 홍콩 주권을 인정하되 행정권을 영국이 행사하려는 복안을 가졌으나, 당시 중국 실권자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은 주권 회복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강경하게 맞섰다.
그러나 당시 홍콩은 중국 대륙에 식품, 식수 등 생필품 의존도가 높아졌던 터였고, 영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1983년 영국과 중국 간 회담에서 덩샤오핑은 홍콩에 50년간 고도 자치를 부여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생활을 허용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을 제시했고, 1985년 영국이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완전히 반환하는 '영국·중국 공동선언' 비준서를 교환했다.
그걸로써 홍콩을 둘러싼 영국과 중국의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계기로 영국이 홍콩을 보호한다면서 다양한 정치개혁에 나섰다.
영국은 톈안먼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중국 비난 여론을 내세우면서 홍콩기본권법 등 제정을 통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1992년 부임한 크리스 패튼 홍콩 총독이 민주화 정치개혁 방안까지 발표하면서 영국과 중국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이런 영국과 중국의 불화 속에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주권이 중국에 넘겨졌다. 찰스 왕세자 등 영국 대표단은 이양식을 마친 뒤 퀸즈피어에서 왕실 전용보트를 타고 빅토리아항을 한 바퀴 돌고나서 156년에 걸친 홍콩 통치를 뒤로 한 채 떠났다.
홍콩을 반환받은 중국 정부는 향후 50년간 1국 2체제를 유지하며 특별행정구 지정 및 홍콩인에 의한 통치를 보장했다. 또, 홍콩 특별행정구가 이행할 국제협약 214개를 추인하고 유엔에 정식 통보까지 해줬다.
그러나 200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통해 재임된 도널드 창(曾蔭權)이나 2012년 뽑힌 렁춘잉(梁振英)은 모두 중국에 의해 지정된 선거인단에 의해 지지를 받고 당선돼 홍콩과 중국의 정치적 친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홍콩 내에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4년 9월 28일 홍콩에서 발생한 '우산 혁명'이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며 24개 대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이 주축이 돼 79일간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의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아서 우산 혁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캐리 람(林鄭月娥)이 지난 3월 행정장관 간선 선거에서 중국 당국의 지지 속에 선거인단 4분의 3을 차지하는 친중파의 몰표를 얻어 대중적 지지율이 더 높은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장(재정장관 격)을 제치고 승리하는 등 홍콩이 중국으로 기우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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