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2010년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데뷔한 박은신(27)은 장타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박은신에게 장타력은 축복이 아니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휘두르는 드라이버샷은 아웃오브바운즈(OB) 지역이나 해저드로 날아가는 일이 잦았다. 러프에서 두 번째 샷을 하다 파를 지키지 못하기 일쑤였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박은신은 지난해 군에 다녀온 뒤 '장타'와 '공격 골프'를 버렸다.
육군 전방사단 전차 조종수로 복무하고 올해 투어에 복귀한 박은신은 드라이버 비거리를 15m가량 줄였다.
비거리를 줄이니 정확도가 부쩍 높아졌다.
티샷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성적도 수직 상승했다. 그래도 드라이버 비거리는 평균 260m가 넘는다. 좀 더 멀리 보내고 싶을 때는 270m를 훌쩍 넘긴다.
박은신은 "멀리 보내놓고 나쁜 장소에서 웨지를 잡는 것보다 아이언으로 치더라도 페어웨이에서 정확하게 치는 게 낫더라"고 말했다.
박은신은 23일 경남 양산 에이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이하 KPGA선수권)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를 쳐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웠다.
보기 2개나 나왔지만, 버디를 무려 10개나 잡아냈다. 9번홀(파5)에서는 270m를 남기고 3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쳐 만든 3m 이글 찬스도 놓치지 않았다.
전날 5언더파 67타에 이어 중간합계 15언더파를 치는 고공행진이다.
박은신은 올해 3위를 두 번이나 했다. 닷새 전 카이도 골든V1 오픈에서는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박은신은 "점점 우승에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면서 "이제 배울 만큼 배웠다. 우승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익숙하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 경험에서도 배웠다. 비록 넣지 못했지만, 최종 라운드 18번홀 버디 퍼트를 할 때도 생각만큼 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은신은 "불씨를 봤다"고 표현했다.
박은신은 그동안 우승이 없었던 이유를 "정신력이 모자랐다"고 설명했다.
"잘 될 때는 급해지고 안 될 때는 짜증을 내다 보니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박은신은 "이제는 좀 더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긍정적인 됐다. 보기나 나오면 버디로 만회하면 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카이도 골든V1 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전에 나가지 못했지만, 그는 "다음 대회가 있다"며 마음을 다스렸다.
박은신은 "샷도 중요하고 퍼팅도 중요하지만 우승하려면 멘털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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