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깊은 계곡도 바닥…행정기관 지원하는 '페트병 식수'에 의존
31개 농가 300여t 급수 지원…"말라죽는 고추 대줄 물 없어" 발동동 …
(단양=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계곡 물이 말라버려 군청에서 지원해 준 1.8ℓ짜리 페트병 식수에 의존해 겨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혹독한 가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속이 타들어 갑니다"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3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계곡이 바짝 마른 것을 확인한 충북 단양군 적성면 '에덴의 집' 원장 박정록(65)씨는 이마에서 하염없이 쏟아지는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힘없이 말했다.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에덴의 집은 노인 공동 생활시설이다.
생활 형편이 어렵거나 갈 곳 없는 70∼90대 어르신 9명과 박씨 부부의 터전이다.
단양군의 지원과 종교단체 후원금, 농산품 판매로 벌어들인 돈으로 7∼8년 전부터 이곳에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박씨 부부는 여태껏 그럭저럭 생활을 이어왔지만, 올해처럼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에덴의 집 건물 왼편에 자리 잡은 계곡 물이 가뭄으로 모두 말라버리면서 식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산간지대에 있는 에덴의 집에는 간이 상수도가 없다. 생활용수를 오로지 계곡 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계곡 물이 말라버리면 생명줄이 끊기는 셈이다.
높고 깊은 산에 자리 잡아 사철 풍부한 용수를 자랑했던 이 계곡이 유례없는 혹독한 가뭄으로 올봄부터 물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아예 바닥을 드러냈다.
가뭄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단양지역 강수량은 59.5㎜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기간 94.5㎜에 비해 거의 절반에 그쳤다.
단양군과 군 소방서가 지난달부터 에덴의 집에 두 달 동안 1.8ℓ짜리 페트병 400개 분량의 식수를 공급했다.
또 지난달 2차례에 걸쳐 이곳에 생활용수로 쓸 물을 10t씩 공급하는 등 비상 급수에 나서고 있다.
박씨는 "지난 5월 말과 6월 초 잠깐 내렸던 비 덕분에 조금 불어났던 계곡 물이 최근 다시 끊겼다"며 "물통을 설치해 비가 올 때마다 모아 생활하고 있지만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말라버린 건 식수로 사용하는 계곡 물 뿐만이 아니다. 마을 주변을 흐르는 하천 역시 모두 물길이 사라져버렸다.
하천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농사꾼들의 속이 시들어가는 밭작물처럼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단양군 적성면 각기리 2천300㎡ 규모의 밭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강세환(67)씨는 7년 전 귀농한 이후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고추를 살려보려고 그나마 물이 고인 하천에서 연신 길어 나르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뙤약볕 속에서도 홀로 매일 밭에 나와 노란색 호스를 어깨에 감고 연신 고추밭에 물을 뿌려댄다.
손을 못 대는 한쪽에는 스프링클러까지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의 밭에서 자라는 30% 이상의 고추가 여물지 못한 채 시들고 있다고 그는 혀를 내둘렀다.
강씨는 "바로 옆에 있는 마을 하천이 모두 말라버려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물을 퍼 나르고 있다"며 "이 하천도 바닥을 드러낼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양군은 가뭄이 지속하자 민관 합동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단비 기동대' 가동에 나섰다.
별동대처럼 구석구석을 누비며 농업용수가 필요한 곳에 신속히 물을 공급하는 기동 급수반이다.
두 달 동안 농가 31곳의 농경지 4.6㏊에 300여t의 물을 지원했다.
군 관계자는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비상 급수를 하고, 관수 장비 230대를 지원해 농가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기상지청은 오는 25일 오후부터 밤사이에 돌풍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지만 거북등처럼 갈라진 농경지를 해갈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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