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지분율 등 논의 오간듯…문 대통령도 큰 관심
4대 그룹은 대체로 말 아껴…"기업 정책에 대한 얘기 언론에 무성" 불안감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고은지 김동현 윤보람 기자 = 23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의 만남은 재계와 취재진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만남 뒤 양측은 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고 자평했지만, 4대 그룹 경영인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는 등 긴장한 듯한 모습도 감지됐다.
김 위원장과 4대 그룹을 대표하는 전문 경영인들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시간가량 비공개로 대화했다.
간담회에는 배석자 없이 김 위원장과 권오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005380] 사장,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정부와 4대 그룹의 첫 만남인 만큼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고 취재진 50여명이 모여 혼잡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무리한 돌출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을 잘 안다"며 갑작스러운 간담회를 한 것에 대해 양해를 먼저 구했다.
'정부가 부르면 기업이 가는' 모습이 이전 정부 관행과 다를 바 없다는 재계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특히 최근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권오현 부회장에게 "해외 출장에서 귀가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 참가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소통의 기회를 환영하면서도 앞으로 시행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동근 상근부회장은 "언론을 통해서만 기업 정책 현안에 대한 무성한 이야기가 오가고 막연한 불안감과 우려가 증폭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4대 그룹 경영인들은 밝은 표정이었지만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은 하지 않았고 간담회 뒤 간단한 소감만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말로 진솔하고 솔직하고 유익한 대화의 기회"라고 평가했고, 4대 그룹 경영인들도 "저자 특강을 들어서 아주 감사한 시간이었다"(권오현), "아주 안심하고 돌아가겠다"(정진행), "좋은 자리였다"(박정호), "공감하고 소통하는 의미 있는 자리"(하현회)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간담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지분율 기준 강화 등 최근 논란이 된 정책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지만, 양측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4대 그룹 경영인들은 소감만 밝히고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영업기밀 관련 내용도 있고 이해관계자가 많고 잘못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취재진에 양해를 구했다.
김 위원장은 "정진행 사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대화 등을 통해 합리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모색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간담회는 청와대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에서도 오늘 모임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이 미팅이 끝나는 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라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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