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백사장] ③ 깎이고 쓸려나가고…절벽으로 변한 해수욕장

입력 2017-06-25 08:00  

[사라지는 백사장] ③ 깎이고 쓸려나가고…절벽으로 변한 해수욕장

포항 도구해수욕장 백사장 폭 100m→15m로…해수부 정비 방안 마련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전에는 여기서 100m 정도까지 백사장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어디 있능교(있습니까). 바로 요 앞까지 바닷물이 들이닥칠 판인데."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리에서 농사를 짓는 전용학(53)씨는 밭에서 약 50m 앞에 있는 바다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전씨 밭 인근에는 도구해수욕장이 있다.

도구해수욕장은 1970∼1980년대만 해도 백사장 폭이 100m에 이를 정도로 넓었다.

모래가 곱고 명주조개가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포항에 항만이나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영일만항 준설에 따른 조류 변화로 백사장이 눈에 띄게 줄었다.

너울성 파도가 빈번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백사장 폭은 15m∼30m 정도에 불과하다.

파도가 계속 내륙으로 들이닥치면서 모래가 쓸려갔을 뿐만 아니라 육지 흙이 깎여 절벽처럼 변했다.

포항시는 지난해 초 침식을 막겠다며 응급조치로 이 일대 해안에 돌망태를 설치했다.

그러나 거센 파도를 완전히 막기엔 역부족이다.

바다와 접한 군부대 시설도 부서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도 포항시는 절벽처럼 깎인 육지 바로 위에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주민은 산책로가 바닷물에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곳을 산책하던 한 주민은 "조금 있으면 산책로 안쪽까지 다 침식할 지경인데 무슨 짓이냐"며 "저런 게 바로 예산 낭비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포항시는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도구해수욕장에 모래를 정비해 어느 정도 해수욕장 형태를 갖췄다.

하지만 도구 일대 해안에 침식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점을 인정한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안으로 도구해수욕장을 정비하기 위해 실시설계를 하기로 했다.

결과에 따라 테트라포드, 잠제(파도 힘을 줄이기 위해 수중에 설치하는 구조물)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뿐만이 아니다.

포항 월포해수욕장이나 구룡포해수욕장도 모래가 줄면서 자갈밭으로 변했다.

오랫동안 포항시민 사랑을 받은 송도해수욕장은 이미 침식으로 해수욕장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시는 여름마다 해수욕장 곳곳에 모래를 투입해 백사장을 만드느라 바쁘다.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곳곳에 연안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안 침식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정부와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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