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싹 안 트고 논바닥 갈라지고…긴 가뭄에 타는 농심

입력 2017-06-24 06:30  

콩 싹 안 트고 논바닥 갈라지고…긴 가뭄에 타는 농심

경북 논 141㏊·밭 75㏊ 피해, 저수율도 계속 하락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하늘만 쳐다보고 있지만…."

때 이른 더위에다 긴 가뭄으로 농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에서 콩 농사를 짓는 김상석(57)씨는 요즘 밭에 양수기를 켜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사를 망칠 위기에 놓였다. 2만6천400여㎡ 밭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싹이 트지 않았다.

이달 초 파종한 콩은 지난 6일을 전후해 비가 조금이라도 내려 싹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 뒤 파종한 밭에는 열흘이 넘게 지났는데 싹이 올라오지 않거나 싹을 틔웠더라도 상태가 좋지 않다.

김씨는 매일 아침 양수기로 밭에 물을 대고 있지만 풍년 기대는 하지 않는다. 흐린 날 비가 내려 작물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과 햇볕 아래 물을 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두서리에서 콩 농사를 짓는 80여 가구가 김씨와 비슷한 처지이다.

콩 재배농가는 하지(올해는 6월 21일) 전에 싹이 올라와야 풍년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밭 절반 이상이 싹이 트지 않은 상태에서 하지가 지나버렸다. 그나마 대두서리에는 큰 저수지가 있는 덕분에 양수기를 쓰면 물을 밭에 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두서리 농민들은 양수기 여러 대를 릴레이식으로 연결해 고지대까지 물을 대고 있다. 이를 위해 양수기는 물론 바가지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한다.

김씨는 "장마가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많은 농가가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해마다 가뭄이 반복하는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동과 의성에서 마늘과 양파를 수확한 뒤 이모작을 하는 논에는 물을 구하지 못해 모내기를 미루는 사례도 있다.






가뭄이 길어지자 피해가 퍼지고 있다.

24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모내기를 마친 논 가운데 141.5㏊에서 바닥이 갈라지는 피해가 생겼다.

밭 75.3㏊에는 작물이 시들거나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자치단체마다 예비비를 투입해 관정개발에 나서는 등 피해 줄이기에 팔을 걷었다.

경북도는 지난달 30일부터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가뭄대책비 27억원과 시·군 자체 예산 46억원을 들여 관정개발, 하상 굴착, 간이양수장 설치 등 용수원 개발을 시작했다.

하천이 말라 농업용수를 구하기 어려운 곳에는 소방차 등으로 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시·군과 함께 3천542㏊(논 3천164㏊, 밭 375㏊) 논밭을 대상으로 하천 굴착 등 영농 급수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직 피해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물이 부족하거나 주민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곳이다.

도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단계별 가뭄대책을 수립하는 등 피해 줄이기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포항시는 기존 관정을 보수하고,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농업용수로 공급하기로 했다. 하천 굴착 33곳, 관정 보수 20곳, 양수장 보수 5곳 등에 3억5천만원을 투입했다.

의성군은 12억원을 들여 용수 확보에 나섰고 김천시는 가뭄 극복을 위해 예비비 2억8천만원을 투입했다. 영천시도 긴급 급수대책을 마련해 6억9천만원으로 용수를 개발한다.

영주시는 가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기존 암반관정 318곳 이외에 5개 관정을 추가로 개발하고 생활용수 확보를 위해 물탱크 등을 확보했다.

군위군에서는 레미콘 업체 2곳이 레미콘 차량 3대씩을 동원해 군위군 효령면 불로리 일대 논에 물 100t을 공급했다.






도내 저수지 저수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5천469곳 평균 저수율은 52.2%로 평년 63.9%보다 낮다.

상주(40.2%)와 성주(42.5%), 문경(43%), 청송(45.7%), 군위(48.3%)는 40%대로 떨어졌다. 저수율은 1주일에 5% 안팎으로 급격하게 줄고 있다.

농민 김모(66·안동시 풍산읍)씨는 "평생 농사를 지었으나 지난해와 올해 같은 가뭄은 드물었다"며 "가뭄·폭염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나 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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