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몰려온다] 돈의 전쟁·생존의 경쟁 ②

입력 2017-06-25 09:01   수정 2017-06-25 09:21

[드라마가 몰려온다] 돈의 전쟁·생존의 경쟁 ②

"드라마 질적 저하 우려"…"파이를 키워 크게 나눠 먹자"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콘텐츠는 힘이지만,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이 돈이다.

드라마 전쟁이 불붙었다는 것은 곧 '돈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드라마 유통 경로가 다양해졌다고 해도 제대로 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들지 못한다.

지금의 드라마 전쟁에는 가벼운 웹드라마, 연속극, 일일극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제2의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도깨비' '구르미 그린 달빛' '응답하라 1988' '시그널' 등을 향한 움직임이다. 이들 드라마에는 보통 드라마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돈이 투입됐다.

한동안 한국 드라마의 '젖줄' 역할을 했던 중국 시장이 1년여 닫히면서 이러한 큰 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업계는 재원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를 포함해 드라마업계는 드라마를 계속 확대 생산해나가는 것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회사마다 제각각 입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당분간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미래를 위해서는 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 목적에서는 하나로 모인다.





◇ SBS, '우리 갑순이' 60억 적자 vs. tvN '도깨비'는 VOD 매출만 140억

방송사에 있어 다양한 형태의 드라마는 수익 창출 이전에 방송사 위상 정립에 큰 영향을 끼친다. tvN과 JTBC가 드라마를 늘리려는 데는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포석도 있다. '예능 채널' '종편 채널'의 이미지를 벗어나 제대로 된 방송사 모양을 갖추고 시청자의 고정 유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신생 방송사였던 SBS가 1995년 '모래시계'를 월화수목, 일주일에 나흘 연속 파격 편성하며 바람몰이하는 데 성공한 후 SBS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알렸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지상파 후발주자였던 SBS는 '모래시계'가 대박이 터지면서 비로소 KBS, MBC와 함께 명실상부 방송 3사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20여년이 흐른 지금 SBS는 경쟁력 없는 드라마 시간을 두 개 없애버렸다. 드라마 제작이 늘어나는 흐름과 반대되는 것인데,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저녁 일일극을 없앴고, 주말에 두 편씩 방송하던 드라마를 한 편으로 줄였다. 최근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었던 MBC 역시 드라마를 틀면 틀수록 손해인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25일 "드라마는 만들면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제작돼야 하지만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다"며 "외국인, 기업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지상파는 광고 수익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보도와 교양 프로 등을 유지하면서 드라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SBS는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주말극 '우리 갑순이'를 방송하면서 무려 60억의 적자를 떠안았다. 중년층 이상을 중심으로 나름 인기를 얻은 드라마지만 SBS는 7개월간 이 드라마를 방송하면서 매회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KBS가 만든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의 창립작인 KBS 2TV 수목극 '7일의 왕비'도 현재 적자 구조다. 사극이라 보통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됐지만 시청률이 5%대에 머물면서 광고 판매가 잘 안 되고 있다.

반면, tvN '도깨비'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만으로 1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고수입, 해외 판권, PPL 등 다른 부분을 제외하고도 제작비의 80~90%를 국내 VOD 수입만으로 메운 것이다. 또 JTBC는 '힘쎈여자 도봉순'이 터지면서 지난 4월 광고 수익에서 처음으로 tvN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깨비'나 '힘쎈여자 도봉순' 같은 히트작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드라마 제작이 결코 '노다지'를 약속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 "상장사 매출 유지 위해"…"파이 키워 크게 먹자"

'태양의 후예'를 성공시킨 배경수 KBS CP는 "드라마 물량이 많아지는 게 그만큼 효용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 CP는 "특히 많은 제작사는 회사 가치를 키워서 증시에 상장을 시키거나 상장사로서 매출 유지가 목적이라 다른 콘텐츠에 비해 파급력이 큰 드라마에 배팅을 하는 것"이라며 "완성도가 낮은 기획이 많이 방송될 수 있고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움직임이 드라마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작용도 있다"며 "다같이 파이를 키워 크게 나눠 먹자는 움직임으로 드라마업계가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JTBC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에 위험부담이 큰데도 왜 드라마를 만드느냐는 것은 우문"이라고 잘랐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 잘 만들어서 시청자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만드는 것"이라며 "드라마 제작 편수가 많아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편수만 많고 질은 엉망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케이블 채널이 드라마 제작에 더 박차를 가하는 것은 역으로 얘기하면 지상파 드라마에 그만큼 볼 게 없기 때문"이라며 "이참에 우리가 제대로 잘 만들어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CJ E&M 관계자는 "사실 tvN은 나영석 PD의 예능이 히트를 치긴 했지만 그 외에는 뚜렷하게 성공한 예능이 없는 상황에서 드라마를 키우는 게 맞다는 생각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광고주들이 예능보다는 드라마에 더 관심을 보인다"면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예능에 계속 투자하면서 근근이 버티기보다는 드라마에 크게 투자해서 크게 먹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