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로 필요 인원 줄어…새 정부 고용정책에 '장고'"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조민정 기자 = 올해 들어 코스피가 6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하며 활황을 맞았지만, 증권사 채용시장에선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국내 증권사의 올해 채용 인원은 420명으로 작년 신입·경력 채용 인원 1천83명의 40%에 그쳤다.
증권사들은 주로 하반기에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공채 진행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한 곳들도 많다.
대우증권과 합병해 국내 최대 증권사 지위에 오른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올해 채용 인원이 신입 50명과 경력 50명으로 100명에 그쳤다. 이 증권사는 작년엔 신입 83명과 경력 120명 등 모두 203명을 채용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하반기 공채에 나설 계획이지만,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미정이다.
현대증권과 합병한 KB증권은 작년에 채용형 인턴 40명을 고용해 3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정보기술(IT) 업무 계약직 7명 등 모두 46명을 채용했으나 올해 들어선 아직 신입사업 채용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앞서 2014년 말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005940]도 작년과 올해 모두 신입 직원을 뽑지 않았고 하반기 채용 여부도 미정이다. 경력직만 작년에 94명, 올해 38명을 뽑은 상황이다.
지난해 신입 18명과 경력 62명을 뽑은 대신증권[003540]은 올해 경력 30명만 채용하고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계획은 미정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회사 내부 인력 현황에 따라 신규 채용 인원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에 신입 120명과 경력 90명을 뽑았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각각 90명과 35명을 뽑는 데 그쳤다.
지난 6년간 공개채용 없이 수시로 500명을 채용한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경우 작년에 경력 85%, 신입 15%의 비율로 직원을 채용해 총직원 수가 113명 증가했으나, 작년 말 이후 올해 3월까지 채용이 줄면서 직원 수가 5명 줄었다.
다만 작년 신입과 경력을 합쳐 130여명을 뽑았던 삼성증권[016360]은 올 상반기 이미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채용을 실시했고 하반기에도 '00명' 규모로 첫 계열사별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이 올해 증시 호황으로 호전된 실적을 내면서도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비대면 계좌나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 영업환경과 문화가 새롭게 변화하면서 필요 인원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보험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내놓은 '2017 금융보험산업 인력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 종사자 수는 2012년 말보다 6천926명이 줄었다.
금융·보험업계 구인 인원은 201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면서 작년에 1만775명에 그쳤다. 특히 최근 들어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업계는 신입보다 경력 채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SC[095340]는 이런 증권업계 종사자 감소의 이유로 핀테크(Fintech·정보기술기반 금융업) 발전 등 '금융 4.0시대'라는 변화를 꼽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여건은 나아졌지만, 거래 방식 등 변화로 인해 업황 개선이 고용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지속할지도 의구심이 남아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채용을 늘리기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정규직과 관련된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이 아직 윤곽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 특성상 애널리스트 등 일부 직무는 계약직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강도 등을 지켜보면서 채용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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