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확보 어려운 터널…가속페달만 밟다간 '대형참사'

입력 2017-06-26 07:15  

시야 확보 어려운 터널…가속페달만 밟다간 '대형참사'

진입 시 거리감지능력 저하…안전거리 확보·감속·등화장치 사용 필수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이달 22일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에서 5중 추돌로 6명이 다치는 교통사고가 났다.

터널 내 공사 때문에 차들이 서행하던 중 박모(60)씨가 몰던 버스가 트레일러를 들이받는 바람에 버스 2대와 트레일러 1대, 승용차 2대가 연쇄 추돌했다.


2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지점은 터널 초입으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터널을 막 들어온 승용차와 버스, 트레일러 등이 비상등을 켜고 정지했다.다소 급정거인 탓에 앞차와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았다.

이때 트레일러를 뒤따르던 버스 운전자는 이를 늦게 발견한 듯 트레일러를 그대로 들이받아 연쇄추돌로 이어졌다.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박 씨와 승객 등 6명이 다쳤으나 만약 버스 앞 차량이 트레일러가 아닌 승용차였다면 또 한 번 대형참사가 일어날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버스 운전자 박 씨는 "터널 진입 전부터 트레일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서 달렸으나 진입 후에도 트레일러가 같은 속도로 간다고 생각하고 달리다 들이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동고속도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되는 전면 개량공사로 서행 구간이 많아 운전자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터널은 안과 밖의 명암차이로 인한 시야 방해현상 탓에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가속페달만 밟다간 대형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런 시야 방해현상은 낮에 더 심하다.

교통안전공단이 2013∼2015년 터널 내 교통사고 건수를 주간과 야간으로 분석한 결과 주간이 1천156건으로 야간 560건보다 2배가량 많았다.

반면 치사율은 야간이 6.1%로 주간 3.5%보다 높았다.

공단은 상대적으로 야간 통행량이 적어 과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충분한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사고 시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터널은 통과 직후 급한 내리막 경사나 급커브가 많아 통행 시 평소보다 10∼20% 감속해야 한다.

터널은 이처럼 시야 확보가 힘들고 다른 곳으로 피하기 어려운 특수한 환경 때문에 연쇄추돌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심창민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터널 진·출입 시 전조등, 차폭 등, 미등 등 등화장치를 반드시 켜야 하며 터널 내에서는 추월이나 차로변경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공기술 발달로 터널이 더 많아지고 길이도 길어진 만큼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더 절실하다.


프랑스에서는 1999년 몽블랑 터널 사고 이후 터널 내 안전거리 준수 범칙금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제한속도가 시속 100㎞라면 10초 거리인 약 278m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3천750유로(약 47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심 연구원은 "터널 진입 전부터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부주의로 인해 무고한 타인의 생명과 행복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안전운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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