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 ICBM 엔진시험 도발, 정상회담 흔들기 나서나

입력 2017-06-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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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북 ICBM 엔진시험 도발, 정상회담 흔들기 나서나

(서울=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마지막 단계로 추정되는 로켓엔진의 지상분출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고출력 엔진은 ICBM 추진체 중 크기가 가장 작은 3단계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보수 성향의 미국 폭스뉴스는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용이거나 위성 발사용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용 엔진은 그대로 ICBM에 쓸 수 있을 만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민감한 시기에 다시 심각한 도발을 자행한 것이다.



북한이 이런 시험을 한 것은 지난 3월 18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북한은 당시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개발한 고출력 엔진 분출시험을 했고, 시험은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때 시험한 엔진은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짜리 액체연료 엔진에 자세 제어용 보조엔진 4개를 붙인 것이었다. 80tf 짜리 엔진 3∼4개를 묶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기술로 ICBM 1단 엔진 제작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 당시 시험 성공을 '3.18혁명'으로 평가했다. 이 클러스터링 엔진은 두 달 후인 지난달 14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각 발사된 이 미사일은 최고고도 2천100Km까지 올라갔고, 직선거리로 780Km를 날아갔다. 500kg 탄두를 장착하고 30∼45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최고 5천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3월의 엔진시험 성공을 놓고 '혁명' 운운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북한의 이번 엔진시험도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듯하다. 우선 ICBM 기술 완성에 근접해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3.18혁명'으로 이름 붙인 시험에서 1단 엔진을 완성한 뒤, 이번에 2단 또는 3단 엔진을 시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성공했다면 ICBM 엔진의 단분리 기술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시험을 한 타이밍도 미묘하다. 1주일 후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조준한 것은 거의 확실하다. 대학생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강경기류가 급격히 고조하는 상황을 겨냥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엔진시험을 한 21일(미국시간)에는 웜비어의 장례식이 열려 미국이 온통 슬픔에 잠겨 있었다. 전날에는 미·중 양국의 첫 외교·안보대회(DSD)가 열렸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 측에 대북 압박 강화를 요구했다는 그 회의다. 결국, 북한의 메시지는 외풍이 아무리 거세도 '나의 길'을 가겠다는 것 같다. 다름 아닌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그러나 북한의 ICBM 기술이 아직 실전 배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미 본토를 위협할 만한 기술을 가지려면 2∼3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격앙돼 있던 미국 내 반미 정서에 또 한 번 불을 지른 것은 분명하다. 샌더스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압박을 위한 중국과 협력이 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밝혀왔다"고 말했다. 또 대북 대응책을 묻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으며, 어떤 것이 될지 미리 떠벌리지도 않겠다'고 말해 왔다"고 했다. 주춤하는 듯했던 미정부 내 대북 강경기류가 다시 급부상하는 것 같다. 이제 한미 정상회담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렇게 거칠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대북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우리 측 제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걱정이 앞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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