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초청 특강…"수평적 정책결정 체계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거버넌스(국가경영)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가이 피터스(Guy Peters) 미국 피츠버그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23일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시민들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이 촛불혁명 이후의 중요한 과제"라고 주문했다.
피터스 교수는 이날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 대회의실에서 '촛불혁명 이후 수평적 정책조정의 중요성과 한계'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피터스 교수는 국제정책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참여형 행정개혁의 전도사로 알려졌다고 국정기획위 측은 설명했다.
그는 특강에서 "한국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번 촛불혁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며 "민주정부 아래서 가능한 경이로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촛불혁명에서 보여준 시민의 참여가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민의 참여를 구조화, 정례화,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스 교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 시민들에게 모두 회람을 하고 의견을 구한다"며 "한국의 촛불혁명에도 매우 많은 시민이 참여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피터스 교수는 이와 함께 정부의 형태를 수평적 구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특정 정책을 한 부처에서 단독으로 수립했다면 지금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정책을 만들려면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가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 각 부처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기존의 수직적 관리는 국정운영에 있어 피로감을 불러오거나 정부의 신뢰를 저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강에 참석한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촛불 시민혁명 이후 정부의 할 일은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조항대로 국민 주권시대를 제대로 여는 것"이라며 "국정기획위의 역할 역시 촛불민주주의 정신을 어떻게 국정과제로 제도화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년간 우리 관료사회는 기득권을 지키는 방식으로 정책결정을 해왔고, 수십년 전의 권위주의가 다시 도래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며 "그러나 지금의 시대정신은 정의와 통합이다. 이런 정신에 맞춰 우리의 행정이 낡은 관행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터스 교수가 주장한 바와 같이 수평적 정책 결정 체계를 만들고 부처 간 협력관계를 조성하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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