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새 800% 오른 기면증 치료제…호주서 도마 위 올라

입력 2017-06-24 13:24  

7년 새 800% 오른 기면증 치료제…호주서 도마 위 올라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21살의 호주 청년 루카스 호제이는 기면증으로 삶을 잠을 자며 보내다시피 했다. 하루에 20시간을 자더라도 항상 피곤했다.

그러나 기면증 및 허탈발작 치료제 자이렘(Xyrem)을 먹으면서 삶은 놀랍게 바뀌었다. 운전면허증을 땄고 대학 공부를 시작했으며 파트타임으로 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약값이 문제로, 한 달에 1천200 호주달러(103만원)가 든다. 매월 부모님이 치르는 대출 상환금보다 많다.

호제이는 "할아버지께서 도와줘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약값이 비싸 가족을 파산으로 천천히 몰아놓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호제이의 삶은 바꿔놓은 제약사 재즈(Jazz)의 자이렘이 지난 7년간 무려 800% 이상 폭등해 비난을 받고 있다고 호주 ABC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제약산업 전문가인 트레이시 스태튼은 "2014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즈의 가격 인상치는 최고"라며 "지난 10년간 가장 큰 폭의 인상을 기록한 약품 중에서도 재즈 가격 인상은 매우 높다"라고 이 방송에 말했다.

자이렘은 현재 재즈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고, 재즈가 매출을 올리는 주요 방식은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스태튼은 "한 가지 약품의 매출에 크게 의존하는 재즈와 같은 회사는 주주 만족을 위해 매 분기 가격을 올린다"라고 주장했다.

현재로는 2025년이나 돼야 자이렘의 복제약이 시장이 나올 전망이다. 다만, 재즈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미국에서는 올해에도 이 복제약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약품 가격의 폭등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때에도 주요 의제가 될 정도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알레르기 응급주사제 '에피펜'(EpiPen)은 독점 공급권이 넘겨진 뒤 9년 만에 가격이 6배로 올랐고, 제조사 밀란(Mylan)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미국 검찰 조사를 받고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에피펜은 음식 알레르기가 나타나거나 벌 등에 쏘였을 때 급히 증상을 완화하며 목숨과 직결되는 만큼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상비약으로 보관한다.

이밖에 2015년 9월 미국에서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이 시판 62년이 된 항생제의 독점적 권리를 확보, 가격을 무려 50배 이상이나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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