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 시민·노동단체가 주말인 24일 용산역에 모여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촉구대회를 열었다.
일제강제징용 노동자상건립 추진위원회 소속 회원 200여 명은 이날 오후 용산역 광장에서 "용산역은 강제징집된 조선인을 한곳에 모아 전국 각지로 끌고 갔던 아픈 역사가 있는 광장"이라며 "정부는 광장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하는 것을 허가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가 모여 올해 2월 발족한 이 단체는 올해 3·1절에 맞춰 용산역 광장에 노동자상을 세우려 했으나 국토교통부는 "국가 부지라 부적절하다"며 불허했다.
이 단체는 "일제 식민지 기간 끌려간 조선인은 자그마치 780만명으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며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상 건립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강제징용노동자들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서울부터 평양, 한반도 곳곳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할 것"이라며 일본의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만행의 역사를 밝혀내고, 일본으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투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용산역에 노동자상을 세우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촉구대회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인 이희자(74·여)씨도 참석했다.
발언대에 오른 이씨는 "아버지가 한 살 때 징용에 끌려갔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버지가 용산역에서 출발해서 중국에 가서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됐다"며 "70년이 넘은 지금 동상 하나 세워지는 것도 이렇게 힘들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조선인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죽어갔는지 역사의 현장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촉구대회 시작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참석자들은 손에 '식민역사 친일역사, 노동자가 바로 세우자', '친일 적폐청산,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이라고 쓰인 피켓을 놓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날은 노동자상 건립을 촉구하며 지난 4월부터 진행해온 1인 릴레이 시위가 80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무대에는 80일간 1인 시위자 옆에서 자리를 지킨 강제징용 피해자 플라스틱 모형도 자리했다.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강제징용 피해자 청동상을 제작했지만, 정부의 불허로 설치를 못 하고 있어 플라스틱 모형이 청동상을 대신하고 있다.
khj9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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