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효성으로 부모 살림에 걱정이 없구나"…파독간호사들의 삶

입력 2017-06-25 11:15  

"네 효성으로 부모 살림에 걱정이 없구나"…파독간호사들의 삶

1960~1970년대 분단국가 한국-독일 오간 간호사의 사연, 서울역사박물관 전시회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아버지는 딸에게 편지를 썼다.

"너를 못 본 지 1년이 훨씬 넘었다. 네 효성과 우애로 부모 살림에는 걱정이 없다. 동생들 공부에는 진취가 많다. 욱아는 경북의대 부속간호학교 시험에 합격해 3월 2일 등교 예정이요, 훈아는 성적이 59명 중 3등을 했다. (중략) 어린 너를 천애이역에 고생시키는 것이 부끄럽다."

어머니는 머나먼 땅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딸을 위해 한복을 지어 보냈다.

이달 26일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1960∼70년대 독일로 이주한 한국 간호사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가 열린다.

경제개발 정책과 애국심에 주목해온 그간의 전시와 달리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분단국가 수도인 서울을 떠나 또 다른 분단국가 독일에 간 여성들의 정치·문화적 삶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특히 장벽으로 단절된 서베를린에서 활동한 간호사들의 인생사를 재조명한다.

전시 1부 주제는 '경계를 넘어선 여성들'. 해외개발공사에서 이주를 앞둔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독일어 집중과정 출석표 등을 통해 젊은 간호사들이 독일행을 선택한 계기와 이주 준비 과정을 살펴본다.

2부 '베를린에서의 삶'에는 독일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이 정성 들여 마련해 보낸 한복, 부모님의 편지 등이 전시된다. 1977년 강제 송환에 반대해 벌인 서명운동 자료도 공개된다.

1973년 석유 파동을 시작으로 서구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져들자 독일 정부는 외국인 간호사를 내보내려 했고, 1977년 17명의 한국 간호사가 체류 연장을 거부당해 강제 송환됐다.










첫 3년 계약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들과 독일 사회에 정착해 교민 1세대를 형성한 이들의 엇갈린 인생 이야기가 영상과 사진을 통해 펼쳐진다.

2세들이 보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들이 느끼는 한국·독일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독일의 '손님노동자'(Gastarbeiter)로 이주했던 한국 간호사들은 이제 독일 시민 사회의 일원이 됐다.

이들이 베를린에서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전시는 평일 오전(월요일 휴관)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주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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