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서 화해·화합의 메시지 전한 남북 태권도

입력 2017-06-24 19:31  

무주서 화해·화합의 메시지 전한 남북 태권도

북한이 이끈 ITF, 한국 주도 WTF 세계선수권 개막식서 시범




(무주=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뿌리는 하나이지만 한국과 북한 주도로 두 갈래 길을 걸어온 태권도가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전기가 될 역사적인 무대를 꾸몄다.

북한 주도로 발전해온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은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시범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을 주축으로 성장해온 WTF의 주관 대회에서 ITF가 시범을 선보인 것은 2015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한국 땅을 찾아 WTF 행사 무대에 오른 것은 1966년 ITF, 1973년 WTF가 창립한 이후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ITF 시범단의 방한 공연은 양 단체 간 맺은 합의 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WTF와 ITF는 2014년 8월 유스올림픽이 열린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 의정서를 채택했다.

8박 9일 일정으로 전날 입국한 ITF 대표단과 시범단은 총 36명이다.

이 가운데 이날 시범에 나선 것은 송남호 감독 등 16명이며 여성 단원 2명이 포함됐다.






ITF 태권도 시범은 이번 대회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ITF와 WTF 시범단은 개회식 공식 행사 후 각각 13분씩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하지만 ITF 시범단 공연은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잔 실수가 이어지면서 30분 가까이 펼쳐졌다.

그동안 WTF 태권도는 올림픽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변화를 거듭했다. 반면 ITF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무도 태권도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양측 시범단의 공연에서도 차이는 느껴졌다.

WTF 시범은 때론 웅장하고 때론 경쾌한 음악을 시종 바탕에 깔고 화려한 조명도 활용해 스토리가 있는 한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다.

대구 어린이시범단, 제3야전군사령부 시범단, WTF 시범단이 함께 한 이날 공연도 '풍년'이라는 주제로 태권도 축제를 열자는 내용을 담아냈다.

1막 씨앗을 시작으로 2막 농사, 3막 재해, 4막 극복, 5막 추수로 시범을 구성했다.






반면 ITF 태권도는 힘과 절도있는 동작을 바탕으로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순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위력격파 등에서는 차력에 가까운 장면도 있었고, 코믹한 요소를 가미한 상황극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WTF 시범 공연 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는 여성 해설원의 인사로 ITF 시범단의 공연은 시작됐다.

ITF 시범단은 먼저 WTF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하는 24개의 '틀' 중 21개의 동작으로 구성된 '단군'을 보여줬다.

이어 한번 뛰어 격파 등 다양한 기술 격파와 5㎝, 6㎝, 10㎝ 두께의 송판을 깨는 위력격파, 호신술 등으로 공연 시간을 채워갔다.

호신술에서는 "평범한 여성도 태권도를 수련하면 얼마든지 강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해설이 곁들여졌다.

데이트하는 남녀에게 접근해 시비를 거는 치한들을 물리치는 '1대3 맞서기'에는 여성 관중을 참가시키기도 했다.

10㎝ 송판 격파에서 계속 실수가 이어졌지만, 관중석에서는 오히려 시범단원을 응원하는 박수 소리가 커졌다.

이날 준비 시간이 많지 않아 WTF와 ITF의 합동공연은 이뤄지지 못했다.

개막식에 참석해 "WTF와 ITF가 하나가 되고, 남북이 하나가 되고, 세계가 하나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한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마지막 행사였던 ITF 시범 공연을 끝까지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ITF의 시범이 끝나자 본부석에서 코트로 내려가 시범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격려한 뒤 기념촬영도 했다.

이어 WTF 시범단도 격려하고 나서 ITF, WTF 시범단과 함께 어우러져 다시 한 번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이 태권도원 방문 기념으로 태권도복 상의에 친필 사인을 하고 어린이시범단 등과도 일일이 악수한 뒤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도 남북 태권도가 남긴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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