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양적증가 외에 시의성·인권이슈 반영도 중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해 정책권고가 한 해 전과 비교해 4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5일 인권위가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최근 발간한 '2016 국가인권위원회 연간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정책권고는 44건으로 2015년 12건에서 3.7배 증가했다.
2012∼2014년의 연간 정책권고 건수 24∼27건과 견줘서도 갑절 가까이 늘었다.
정책권고는 인권위가 직접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나, 당시 인권 이슈에 대응한 권고를 뜻한다.
인권보호기관으로서 인권 침해 사건 진정을 받아 조사를 벌이는 진정사건 권고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인 셈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인권위는 항공기·선박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겪는 차별 사례를 직권 조사해 문제점 개선을 권고했고, 소방공무원 안전·건강을 위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법·제도를 고치라고도 권고했다.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를 토대로 대학원생 인권을 개선하라고 대학 당국과 교육부에 권유했고, 콜센터·유통업 등 노동자 실태조사를 벌여 여성 감정노동자 인권 개선 권고를 고용노동부에 하기도 했다.
인권위에 조사 권한이 없는 진정사건에 대응하고자 우회책으로 정책권고를 사용한 사례도 있다.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당시 얇은 단복만 입은 어린이 합창단원들을 한파 속에 장시간 방치한 사건은 제3자만 진정을 냈을 뿐 피해자·학부모 등 당사자 진정이 없어 진정사건으로 다룰 수가 없었다.
인권위는 제3자가 낸 진정은 법에 따라 각하한 뒤, 직접 조사를 벌여 당시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치가 헌법과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소홀히 한 것이므로 개선하라는 정책권고를 내렸다.
공무원 시험 도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지 않고 시험장 뒤에서 쓰레기통에 용변을 보도록 한 조치에 대해서도 제3자 진정은 기각했지만,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에 개선을 요구하는 정책권고를 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성호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하고 적극적인 인권보호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권고를 늘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조사국은 이를 반영해 각하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정책권고로 되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이러한 자체 평가를 인권단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책권고 건수가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권고 건수의 양적 증가가 적극적인 인권 개선 노력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권단체 새사회연대의 신수경 대표는 인권위가 경찰 물대포에 맞은 뒤 숨진 농민 백남기씨 사건을 놓고 10개월이나 지나 권고보다 구속력이 낮은 '의견표명'에 그친 점을 언급, "정책권고가 얼마나 당시의 인권 이슈를 반영했는지, 또 얼마나 시의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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