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관계 이용한 부도덕한 행동" 비난…당사자 '무기한 휴직, 상담받겠다' 사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실리콘 밸리의 유력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투자를 필요로하는 여성 기업인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IT 전문매체인 인포메이션은 23일 바이너리 캐피탈의 공동 창업주인 저스틴 칼드벡이 최소한 6명의 스타트업 여성 기업인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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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가운데 3명의 여성은 그의 부적절한 행동이 사업상 거래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이 매체를 통해 실명으로 고백했다.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칼드벡은 벤처 자금이 필요했던 한 여성 기업인과의 저녁 식사에서 "호텔 방에 데려주겠다"고 제안했고, 또 다른 여성 기업인과는 호텔 바에서 만나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다리를 더듬었는가 하면, 새벽 3시에 '만나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의 성추행 사실이 폭로되자 실리콘 밸리는 발칵 뒤집혔다. 그러지 않아도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사내 성추행 등의 문제로 몇 달간 십자포화를 맞고 실리콘 밸리의 윤리 의식 결핍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 투자가의 여성 기업인 상대 성추행은 불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다.
인포메이션은 "바이너리의 칼드벡 창업주가 여성 기업인을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사실은 실리콘 밸리의 작지만, 매우 끈끈한 여성 창업주 커뮤니티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너리는 지난 2014년 칼드벡과 전 구글 엔지니어인 조나선 테오가 공동으로 창업한 벤처투자회사로 첫 모금때 1억2천500만 달러(1천430억 원)를 조성해 뉴욕타임스(NYT)의 화려한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도 잘 나가는 실리콘 밸리 벤처 투자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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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트인 창업주인 레이드 호프먼은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벤처 투자가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여성 기업인을 상대로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교수가 학생에게, 직장 매니저가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권력관계를 이용한 터무니없고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른바 갑질 성추행이라는 얘기다.
실리콘 밸리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기업인들이 가장 만나기를 열망하는 사람이 벤처 투자가"라면서 "그들이 투자하느냐 여부가 회사의 명운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그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불편함을 느낀 여성들과 위대한 실리콘 밸리 기술 생태계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나는 상담이 필요하며 무기한 휴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우버의 캘러닉 CEO가 무기한 휴직을 선언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투자자들의 압박으로 사퇴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바이너리의 투자자들에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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