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역 아파트 34곳 긴급 조사 결과…주민 대피령 확대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영국에서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에 대한 우려가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런던을 포함한 다른 지역 도시의 고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안전 조사에서 조사 대상 아파트 모두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지드 자비드 영국 지역사회부 장관은 이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 17개 도시의 고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긴급 안전 테스트에서 지금까지 34개 아파트가 모두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조사 결과 이 아파트에 가연성 외장재(cladding)가 사용된 것을 확인, 비슷한 외장재를 사용한 영국 전역의 모든 고층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불합격 판정을 받은 아파트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조사 대상 지역은 런던뿐 아니라 맨체스터, 플리머스, 포츠머스, 하운즐로우, 바넷, 브렌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비드 장관은 "밤낮으로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고층 아파트가 있는 지역 도시들은 이번 조사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사 대상 아파트가 100% 불합격 판정을 받음에 따라 대규모 주민 대피 조치가 영국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런던의 캠던 구청은 23일 그렌펠 타워와 비슷한 외장재가 쓰인 런던 북부의 챌코츠 타워 아파트 4곳 총 650여 가구 주민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애초 캠던 구청은 아파트 5곳 총 800가구를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가 이후 아파트 1곳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정,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캠던 구와 런던 소방서는 주민들이 집을 떠난 사이에 아파트 외장재를 제거하는 등 긴급 개보수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노인, 유아를 비롯한 일가족 등 수천 명의 아파트 주민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면서 일대 큰 혼란이 빚어졌다.
주민들은 급히 수트 케이스와 비닐봉지에 옷과 생필품 등을 챙겨 넣은 채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구청 직원들은 대피한 주민들을 인근 체육관, 호텔 등 임시 거처로 안내했다.
하지만 충분한 정보도 없이 갑작스럽게 내려진 조치에 상당수 주민이 분노와 저항을 표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대피를 거부한 주민들도 있었다.
르네 윌리엄스라는 이름의 90세 고령 노인은 영국 PA통신에 "구청 관계자 누구도 우리에게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대피령을) TV를 보고 알았다"며 "믿을 수가 없다. 대혼란(chaos)이다"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무르타자 타하(27)라는 주민은 AFP통신에 "구청 관계자들이 갑자기 저녁 8시 30분에 와서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지금 임시 거처에 피신 중인 사람들이 모두 공포에 질려 울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 굴드 캠던 구청장은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면서 이해를 당부했다.
굴드 구청장은 BBC방송에 "주민들에겐 공포스러운 시간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아직 83명의 주민이 대피령을 거부한 채 남아 있는데, 만약 끝까지 거부하면 법적인 여러 대응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y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