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단교 둘러싼 사우디·이란·터키 '중동 삼국지'

입력 2017-06-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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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단교 둘러싼 사우디·이란·터키 '중동 삼국지'

사우디-이란 첨예한 적대 속 터키 애매한 줄타기 행보

카타르 단교·시리아 내전에서 복잡한 협력·반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등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아랍권 4개국은 국교 복원의 선결 조건으로 카타르에 요구사항 13개를 전달했다.

사우디 등은 여기에서 카타르가 이란, 터키와 맺은 우호·협력 관계를 사실상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를 1,2 순위로 제시했다.

이들 13개 조항의 순서가 사안의 중대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단교의 명분이 카타르의 테러리즘 지원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다소 의아한 순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주류 수니 아랍계 진영은 중동 내 정치·군사 대국인 이란과 터키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단교를 주도한 수니파 종주국이자 '큰 형님' 격인 사우디는 같은 걸프 수니파 '형제국'인 카타르를 희생시켜서라도 더 늦기 전에 이들의 확장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분쟁과 반목, 화해와 갈등을 반복했던 사우디와 이란, 터키 3국이 벌이는 주도권 경쟁이 다시금 가열되는 모양새다.

이들 간에 벌어지는 '중동 삼국지'는 정치, 종교, 경제 등 여러 분야가 뒤섞인 다원 방정식이다.

그 가운데서도 '숙적'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중동에서 양국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양국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중심국으로 종파적으로 대립하는 데다 혈통도 아랍계와 아리안계로 다르다.

정권은 물론 일반 대중 역시 서로에 대한 반감이 높은데 이는 종파간 갈등이라기보다는 혈통의 이질성과 정복과 피지배의 역사적 배경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게다가 사우디는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지만,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국제사회에서 반미 진영을 대표해 왔다.

지난해 1월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에 이어진 주이란 사우디 대사관 공격으로 양국은 현재 단교 상태다.

사우디가 카타르가 다른 걸프 국가와 달리 자신의 대(對)이란 적대·고립 정책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들 3개국의 파워게임이 복잡해진 것은 터키의 존재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터키는 미국·사우디가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일원으로 이란과 반대쪽에 가담했으면서도, 이란·러시아가 형성한 반미 진영과도 협상하면서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시리아 평화회담은 미국과 사우디가 사실상 제외되고 이란·러시아·터키 3국이 주도한다.

카타르 단교 사태가 벌어지자 터키는 중재자를 자처하면서도 카타르에 긴급히 식료품을 지원하고, 사우디의 목전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하면서 우호를 과시했다.

카타르를 두둔하는 이란과 같은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이와 동시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1일 살만 사우디 국왕에 전화해 사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터키 의회는 단교 선언 이틀 뒤 카타르 파병·주둔안을 가결, 걸프의 군사적 교두보로서 우방 카타르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보였다. 터키와 카타르는 시리아 내전에서 같은 반군을 지원하고 있고 내년엔 카타르에 터키군 수백명이 주둔하는 기지가 세워질 계획이다.

사우디는 이번 13개 요구사항에서 이 군사 협력을 중단하라고 카타르를 압박했다.

터키는 2013년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를 놓고 사우디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터키가 당시 쿠데타로 축출된 모하마드 무르시 정권의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사우디에 단교 사태에 따른 지역 불안을 막기 위해 사우디에도 병력을 파병하겠다고 제안했다가 사우디의 강한 반발만 샀다.

종파적으로 이슬람 수니파로 묶이는 양국은 표면적으로는 우방이라고 하지만 불씨는 항상 살아있다.

터키와 이란은 중동판 한일 관계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적대적이지만 지리적으로 국경을 맞댄 터라 경제 교류가 활발하다. 특히 에너지가 부족한 터키는 이란의 원유·천연가스가 긴요하고, 서방의 제재를 받는 이란은 터키가 금융·교역의 숨통이다.

또 양국 국경지대에 널리 분포한 쿠르드족의 독립을 막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카타르 단교 사태에서 양국은 손을 잡고 사우디가 중동 판세를 일방적으로 주도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터키의 모호한 외교 전략은 양 극단에서 적대하는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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