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귀순 북한군, 10대 후반 병사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최전방 지역에서 최근 북한군 병사의 귀순이 잇따라 발생해 북한군 군기가 해이함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밤 강원도 지역 중부전선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우리 군에 귀순한 북한군은 입대한 지 얼마 안된 10대 후반의 병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귀순은 중부전선에서 다른 북한군 병사 1명이 귀순한 지 불과 10일 만에 발생해 주목됐다. 중부전선에서는 이달 13일에도 20대 초반의 북한군 병사 1명이 MDL을 넘어와 귀순했다.
이들 북한군 2명은 서로 다른 사단급 부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MDL을 넘어온 경로와 귀순한 우리 군 부대도 서로 다르다.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귀순이 10일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부전선에 비해 중·동부전선의 지형이 험준한 점, 여름을 맞아 비무장지대(DMZ) 수풀이 무성해져 탈영이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 지역에서 귀순 사건이 발생하면 북한군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과 10일 만에 또다시 북한군이 남쪽으로 넘어온 것은 북한군 군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군이 핵·미사일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 건설에 집중함에 따라 일반 부대의 군기가 해이하다는 관측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15년 한 해 공식적으로 집계된 북한군 탈영 규모만 해도 약 7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북한군 일반 부대의 병영 문화도 탈영을 부추길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6월 MDL을 넘어와 귀순한 10대 후반의 북한군 병사는 합동신문 과정에서 '군에서 상급 구타를 당해 북한 현실에 대한 불만을 품게 됐다'고 진술했다.
우리 군이 작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부터 최전방 지역에서 가동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도 북한군 내부 동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은 작년 하반기에는 최전방 지역의 고정식·이동식 확성기를 2배 수준으로 증강했다.
이달 13일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합동신문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들은 게 귀순 결심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접경 지역을 통해 한국의 TV 드라마·영화와 같은 문물을 접한 신세대 북한군에 대해 대북 확성기의 심리적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최전방 지역 북한군 군기가 해이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잇따라 포착되고 있지만, 우리 군은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군은 2015년 8월 DMZ 지뢰도발과 같이 언제든지 우리 군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식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번 귀순 사건을 이틀 앞둔 지난 21일 중부전선 최전방 부대를 찾아 "경계작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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