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을 가리다 보니 데뷔때부터 캐디는 아빠"
IQ 143, 확률 높은 골프가 장점
(안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아빠가 우승하면 자동차를 사주신다고 했으니…"
23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오지현(21)은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오지현은 "작년 시즌 끝나고 운전면허를 땄다. 자동차를 사달라고 했지만, 아빠가 우승할 때까진 안 된다고 하셨다"면서 "우승 상금도 받았으니 아빠가 약속을 지키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오지현의 부친 오충용(50)씨는 이번 대회에서도 딸의 캐디를 맡았다. 데뷔 때부터 딸의 캐디백을 멘 오 씨는 몇차례나 그만두려고 했지만 "계속해달라"는 딸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오지현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아빠 말고는 신뢰가 잘 가질 않아서 아빠에게 계속 맡기고 있다"면서 "요즘은 허리도 편찮으시다고 하는데 미안하고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빠트리지 않았다.
올해 데뷔 4년째인 오지현은 이번 우승으로 신인 때만 빼고 3년 연속 우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딱 1승씩이었다. 오지현은 "1승을 해야 2승을 하고, 2승을 해야 3승을 할 수 있으니 이번 시즌 시작할 때도 1승이 목표였다"면서 "딱 적당한 때 시즌 첫 우승이 나왔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승수 추가에 의욕을 보였다.
오지현은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이 대회 타이틀 방어를 목표로 삼았다.
오지현은 시즌 초반에 드라이버 거리가 뚝 떨어지면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다. 정확도를 너무 의식하다 보니 드라이버를 힘차게 휘두르지 못한 탓이었다. 드라이버 거리가 줄어들면서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힘들었다.
이 대회 2연패를 겨냥한 시즌 계획이 차질이 우려됐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샷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지현은 "페어웨이를 지키려는데 강박감이 있었다. 정확도를 덜 의식하고 휘두르니 예전 비거리를 회복했고 겨울에 쌓은 근력 훈련의 효과가 더해져 이 대회를 앞두고 비거리가 작년보다 더 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양잔디에 전장이 길고 드로 구질에 유리하게 세팅된 아일랜드 골프장과 찰떡궁합도 오지현의 대회 2연패를 도왔다.
오지현은 양잔디에 전장이 긴 코스를 선호한다. 또 주로 드로 구질을 구사한다.
지능지수(IQ)가 143인 오지현은 확률 높은 골프를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는 "코스 공략 계획을 짤 때 미스샷이 나와도 만회가 가능한 곳으로 보내려고 한다"면서 "오늘도 후반에 생각지 못한 실수가 나왔지만 잘 극복했다"고 자랑했다.
오지현은 컨디션의 기복이 심한 약점이 있다.
그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위궤양 증세가 생긴다. 체력도 약한 편"이라고 시인하고 "약점을 보완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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