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 남북한 따로 커 온 WTF와 ITF, 뿌리는 하나

입력 2017-06-26 05:00   수정 2017-06-26 09:39

[세계태권도] 남북한 따로 커 온 WTF와 ITF, 뿌리는 하나

ITF, 1966년 최홍희가 설립…WTF, 1973년 김운용 창설

호구 착용하고 맨손·맨발 공격 vs 호구 없이 장갑·신발 착용

WTF, 올림픽 종목 채택으로 스포츠화…ITF, 무도의 원형 간직




(무주=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24일 전북 무주에서 개막한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태권도 시범공연을 펼쳐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서 열린 WTF 행사에서 ITF 태권도가 시범공연을 한 것은 처음이다.

WTF와 ITF 모두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그렇다면 하나의 태권도가 왜 WTF와 ITF로 갈라졌을까.

ITF는 1966년 3월 서울에서 9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육군 소장 출신 고 최홍희 씨가 주도해 설립됐다.

ITF는 이후 최홍희 초대 총재가 한국 정부와 갈등으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하고, 1980년부터 태권도 보급을 위해 북한에 사범들을 파견하고 왕래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쌓는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서는 1973년 5월 WTF가 창설됐다. 초대 총재는 당시 대한태권도협회장을 맡고 있던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맡았다.

WTF는 이후 김운용 총재 주도로 태권도를 스포츠로 발전시켜 세계에 보급하고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이뤄냈다.

회원국은 창립 당시 35개국에서 현재 208개국으로 늘었고, 수련 인구도 약 8천만 명이나 되는 거대 조직이 됐다. IOC가 인정하는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연맹도 WTF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WTF의 영향력이 확대하면서 ITF의 활동은 점점 북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ITF는 북한 태권도'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한국이 WTF 회원국 중 하나인 것처럼 북한은 ITF의 회원국 중 하나다.

ITF는 2002년 6월 15일 최홍희 씨가 평양에서 사망하면서 급격하기 분열의 길을 걷는다.

장웅 IOC 위원 측은 장 위원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최홍희 씨의 유언을 공개하며 2002년 9월 평양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차기 총재로 장 위원을 선출했다.

하지만 최홍희 씨의 아들 최중화 씨는 유언 내용 등에 의혹을 제기하고 임시 총회 개최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캐나다와 영국 기반의 별도 ITF 조직을 만들어 2003년부터 총재를 맡아 왔다.

ITF 사무국에서 일했던 베트남계 캐나다인 고(故) 트란 트리유 콴도 '한국 사람만의 태권도는 싫다'며 새 조직을 꾸렸다.




현재 태권도 통합을 위한 WTF의 협력 파트너는 장웅 위원이 명예총재로 있는 ITF다.

2015년 8월 장웅 위원이 명예총재로 물러나고 리용선 조선태권도위원회 부위원장이 제3대 총재로 뽑혀 ITF를 이끌고 있다.

이번에 WTF 세계선수권대회에 맞춰 방한한 시범단도 리용선 총재가 이끄는 ITF 시범단이다.

40년 넘게 각자의 길을 걸어와 WTF와 ITF의 태권도는 겨루기나 품새의 기본 틀은 물론 용어, 경기 규칙에도 차이가 있다.

WTF의 품새는 태극 1∼8장과 고려·금강·태백·평원·십진·지태·천권·한수·일여로 이뤄져 있다.

ITF는 최홍희의 호 '창헌'을 따 만든 천지·단군·도산·원효·율곡·중근·퇴계·화랑·충무·광개 등 20가지 '창헌류'에 의암·연개·문무·서산의 4가지를 합친 24개의 틀(품새)을 정해놓았다.

찌르기, 앞굽이, 손날, 앞차기 등의 용어 대신 ITF는 뚫기, 걷는서기, 손칼, 앞차부수기 등을 쓴다.

WTF가 머리와 몸통에 호구를 착용하고 맨발로 '겨루기'를 하는 것에 비해 ITF는 보호대 없이 장갑과 신발을 착용하고 '맞서기'를 한다.

손으로 얼굴을 가격할 수 없어 발 위주로 공격을 펼치는 WTF와 달리 ITF에서는 주먹에 의한 얼굴 공격이 가능하다.

WTF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스포츠로 발전하며 변화를 거듭했지만, ITF 태권도는 무도 태권도의 원형을 좀 더 간직하고 있다.

이 때문에 ITF 태권도가 오히려 프로화에 더 용이할 것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프로 태권도 창설을 추진 중인 WTF가 ITF와 협력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접점이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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