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책과 反트럼프 내세우고 메르켈 추격, 아직 역부족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오는 9월 총선강령을 채택하고 '약진 앞으로'를 다짐했다.
라이벌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맹공을 퍼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려 지지층을 동원하려 했다.
사민당은 25일(현지시간) 개최한 도르트문트 전당대회와 이 행사를 앞두고 내놓은 정책 발표에서 고소득 과세 강화와 서민·중산층 세 부담 완화, 무상교육 전면화, 통일연대세 순차 폐지,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 등을 주로 앞세웠다.
사민당은 전대에서 '더 많은 정의' 구호를 뒷받침하는 이들 정책 승부수를 통해 속락하는 지지율 만회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마르틴 슐츠 당수 겸 총선 총리 후보는 전대 연설을 통해 "국가 장래에 관한 논쟁을 체계적으로 회피한다"라며 메르켈 총리의 '아웃복싱'을 겨냥하고 "가장 큰 위험은 권력의 오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민당이 여러 이슈에 입장을 정해도 다른 정당은 침묵한다"면서 "이런 행태는 정치 무관심을 가져오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을 총리 후보로 세운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의 지지율이 사민당을 크게 앞서고, 그 자신도 슐츠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상황이어서 사민당과 슐츠의 공세에 맞상대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슐츠 당수는 이어 "우리가 미국을 의지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더는 의지할 수 없다는 건 매우 잘 안다"라면서 트럼프에 각을 세워서 메르켈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요구 역시 일축하고, 사민당의 전통적 기조를 확인시켜주는 맥락에서 유럽의 새로운 탄생도 강조했다.
슐츠가 대의원 600명과 지지자 5천 명 앞에서 90분간 연설하는 동안 모두 합쳐 10분간 박수가 나왔다고 AFP 통신은 소개했다.
메르켈에게 2005년 총리직을 빼앗긴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도 초청 연사로 나서 슐츠를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가 많으므로 판세 변화를 기대해볼 만한 시간이 있다"라며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나아가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공개적이고도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라면서 "나는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미국이 가려는 곳 어디라도 따라가려 했던 이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민-녹색당 연정의 1998∼2005년 집권 기간에 있었던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자신은 이라크 참전을 거부했지만, 메르켈의 기민당은 찬성했던 사실을 들춰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민당은 23, 24일 각기 시행된 두 전문기관의 정당지지도 조사를 기준으로 볼 때 24∼25%에 그쳤지만, 기민-기사당 연합은 각기 39%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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