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승조원 "누군가는 주의 기울이지 않아"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최첨단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이 어떻게 대형 컨네이너선이 옆에 접근하는데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했을까.
지난 17일 새벽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미 해군 이지스함 '피츠제럴드'와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의 충돌사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스터리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충돌사고로 피츠제럴드함의 선체 우현이 크게 파손됐고, 오른쪽 해수면 아랫부분에는 큰 구멍도 생겼다. 이로 인해 바닷물이 선내로 쏟아져 들어왔고, 승조원 7명이 침수된 구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상적인 매뉴얼대로라면 선미와 좌현·우현에서 화물선을 접근을 파악했어야 했고, 레이더실 모니터를 통해서도 충돌 가능성을 인지했어야 했다. 아울러 함장이 직접 선교에서 전체 대응을 지휘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충돌사고 직후 구조요청까지도 1시간 안팎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일본 해안보안청, 필리핀 컨테이너선 ACX 크리스털의 보험사 등에 의해 동시다발적인 경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만약 컨테이너선의 승무원들이 모두 잠들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훨씬 더 기동성이 뛰어난 피츠제럴드함에 큰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 유가족은 "해군의 설명에는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피츠제럴드함 승조원들에게는 이번 사건에 대해 엄격한 함구령이 내려져 있다.
다만 한 승조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누군가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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