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동난민 거부…왕이외교부장 "난민은 이민 아냐"

입력 2017-06-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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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동난민 거부…왕이외교부장 "난민은 이민 아냐"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중동 난민을 대거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소문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까지 나서 "난민은 이민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난민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6일 참고소식망에 따르면 레바논 베이루트를 방문한 왕 부장은 최근 중국에서 중동 난민 수용문제가 열띤 화제가 되자 "난민은 자기 조국으로 되돌아가야 할 대상들"이라며 난민 거부 입장을 확실히 했다.

그는 "중동 국가들이 시리아 등에서 온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거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며 "난민은 이민이 아니며 세계 각지에서 고향을 잃고 떠도는 난민들은 모두 자기 조국으로 돌아가 고향을 재건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이는 난민들이 모두 마음에 품은 소망으로 국제적 인도주의 노력의 방향과도 부합하며 동시에 시리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오랜 기간 인도주의적 정신에 입각해 유엔의 틀 내에서 난민 수용국에 능력이 닿는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중국은 앞으로도 대규모 난민을 받아들일 처지가 아니며 국제사회 합의의 틀 내에서 지원 의무만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갑자기 난민 문제가 화두로 올려진 것은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인민일보, 중국중앙(CC)TV 등 관영매체가 중동 내전으로 인한 난민 수백만명의 고통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이들 매체가 인도주의적 위기를 돕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강조하자 중국 정부가 중동 출신 난민을 대거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선회로 오해한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패닉 현상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관영매체 보도는 난민 수용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고 "난민이 중국에 유입되면 중국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사회 불안도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과거 출산제한정책도 난민에게 살 곳을 마련해주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난민정책 선회로 무수한 외동자녀 가정과 독거노인 가정에 체면이 안서게 됐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가 개설한 토론 게시판에서는 가짜 뉴스도 끊이지 않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중국 20여개 도시에 난민촌을 건설하고 난민에게 매월 3천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근거 없는 기사가 올라왔다. 심지어 중국 정부가 3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기로 했는데 이는 다른 속셈을 가진 서방국가의 음모라는 주장도 나타났다.

웨이보의 비공식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20만3천여명의 누리꾼 가운데 난민 수용 지지는 2.6%에 불과했고 나머지 97.4%가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중국에서 이처럼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은 자국이 14억명의 거대 인구로 이들을 받아들일 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데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계속된 테러와 혼란이 자국에도 유입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신경보(新京報)는 현재 30여만명의 난민이 중국에 거주중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99%가 지난 198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 유입된 '보트피플'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광시(廣西), 광둥(廣東), 윈난(雲南) 등지에 산재해 있다.

유엔난민기구 통계로도 현재 중국에서 머물고 있는 난민은 825명으로 중동 출신자는 이중 100여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논평을 통해 "난민들에게 중국은 '중간환승지'일 뿐"이라며 "난민들은 중국에서 계속 눌러살 생각을 하지 않고 중국도 이들 난민의 장기체류를 법적으로 승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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