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목표는 '그랜드 슬램'…샴페인 세례 못 받아 아쉬워"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유소연(27)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이 우승으로 유소연은 2017시즌 처음으로 LPGA 투어 2승에 선착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유소연이 염원하던 목표였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우승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것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는다.
유소연은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시즌 첫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 우승은 준우승자 렉시 톰프슨(미국) 사건에 가려지다시피 했다.
톰프슨은 이 대회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다가 시청자 제보를 계기로 뒤늦게 4벌타를 받아 큰 타격을 받았다.
톰프슨이 공을 잘못된 장소에 놓는 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시청자 제보가 경기에 영향을 준 자체도 부당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톰프슨의 억울함이 크게 부각됐다.
유소연은 남모를 속앓이를 하다가 26일(한국시간)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 컨트리클럽에서 아칸소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자신이 거둔 시즌 첫 승의 의미도 새롭게 드높였다.
유소연은 소속사 '브라보앤뉴'를 통해 알린 우승 소감에서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처음으로 시즌 멀티 우승을 해 기쁘다면서 "ANA 우승 때도 물론 기뻤지만, 톰프슨 선수와의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유소연이 진정한 우승을 한 것이 맞는가?', '우승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꼭 우승을 더 많이 해서 저 스스로 그런 해프닝 없어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유소연은 더 큰 목표를 품는다.
그는 "ANA 우승 이후에 그랜드 슬래머가 되고 싶다는 꿈을 좀 더 명확하게 꾸게 됐다. 다음 주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세 번의 메이저 대회가 있으므로 꼭 한 번 더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소연은 시련을 극복하고 여자 골프 최강자로 올라선 비결을 '칭찬'에서 찾았다.
유소연은 지난달 볼빅 챔피언십(공동 56위), 숍라이트 클래식(컷 탈락)에서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지는 저에게 스스로 칭찬해주는 것에 인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에게 칭찬을 많이 해줬는데 좋은 컨디션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2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우승을 더 쌓고 싶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숍라이트 클래식 이후 2주일을 쉬면서 이렇게 마음을 재정비하고 재충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급하게 경기를 준비하거나 뭔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하니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주 경기를 치르며 더 즐거웠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유소연은 이번 대회 중에도 마음가짐에 집중했다.
그는 "2라운드까지 큰 타수로 앞서고 있어서 어느 정도 마음이 편안했다. 반대로 '이렇게 큰 타수 차이가 나는데도 내일 잘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1, 2라운드에 잘했던 플레이와 비교하지 말고 그냥 해왔던 그대로 플레이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이 대회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박인비와 양희영 등 동료 골프 선수들이 축하해주러 나와서 고마웠다고 기뻐했다.
최근 바뀐 LPGA 방침 때문에 한 가지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는 "우승 후에 동료 선수들로부터 물이나 샴페인 세례를 받는 것이 큰 기쁨이었는데, 이번 주부터 우승 후 물이냐 샴페인을 뿌리지 말아 달라고 LPGA에서 선수들에게 부탁했다. 그 점이 좀 아쉬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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