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대통령 고향 신안 하의도 '삼도대교' 건설
박지원·최경환·박준영 결정적 기여 "하늘에서 동서화합의 씨앗 기뻐하실 것"
(신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주민들에게는 오랜 숙원사업이 있었다.
인접 섬인 신의도와 연결하는 다리 하나를 놓는 것.
하의도가 대통령을 배출한 섬이 됨에 따라 어찌 보면 작은 다리 하나 놓는 일이 쉬워 보였지만, 주민들의 바람은 번번이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며 좌절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거 1년여 전인 2008년 4월 고향인 하의도를 생전 마지막으로 찾았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뱃길 끝에 고향인 하의도의 항구가 멀리 보이자 김 전 대통령은 사연을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은 고향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에 배어있는 눈물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스스로 'IMF 빚 갚는 대통령이다'고 칭하며 고향을 보살피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했다.
김대중의 대통령을 당선을 누구보다 바라던 하의도 주민들이었고, 김대중이 태어난 곳이라고 지역감정의 차별과 독재 시절 낙인도 견뎠던 주민들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현직 재임 시절 고향을 위해 거의 마음 쓰지 못했다.
고향 마을에 "조그마한 다리 하나 놔달라"는 부탁을 박지원 의원을 통해 전해 들은 김 전 대통령은 "제가 국가 일을 하느라고 고향 일을 챙기지 못해서 대단히 미안하다"고 고향 주민들에게 고개 숙였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당시 전남도지사였던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을 앞세워 "저는 하지 못했지만, 도지사가 꼭 해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1년여 뒤에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그 말은 박 도지사에게 유언처럼 남았다.
박 도지사는 수차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국비를 받지 못한 하의-신의 연도교 건설을 순수 전남도 사업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문제였다.
숨통을 트여준 것은 다름 아닌 경북 경산시를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최 의원은 2014년 국회 영호남동서화합 포럼 소속 의원들과 함께 하의도를 찾았다.
간단한 기념식 행사과정에서 박지원 의원이 "내가 관상 좀 보는데 저 사람 보니 얼마 있으면 경제부총리할 것 같다"며 "하의-신의 교량건설 국비지원을 약속하라"는 박수갈채에 얼떨결에 약속을 해버렸다.
실제 경제부총리가 된 최 의원은 '꼭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에 기획재정부 실무자들의 반대를 질책과 하소연으로 설득해 150억원 국비를 지원해 '삼도대교' 건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의원은 당시를 "전직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이고, 대통령이 재임 시에는 안방 챙긴다는 비판 때문에 자기 고향에서 일하기 어려워 퇴임 후 부탁한 일인데 어떻게 거절하느냐고 실무자들을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26일 오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열린 '삼도대교 개통식에서는 동명이인 의원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과 함께 삼도대교 건설에 이바지한 공로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하의도 명예 면민증을 받았다.
자유한국당 최 의원은 "공직을 하면서 제가 작은 도움을 드렸지만 이렇게 큰 결실로 보람을 느낀 사례가 오늘 준공식이 처음이다"며 "비록 작은 다리 개통한 것이지만, 영호남화합의 씨앗을 뿌린 것이므로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사패를 받은 박지원 의원도 "삼도대교 건설에는 박준영 전 도지사, 이낙연 총리, 이윤석 전 의원의 헌실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최경환 의원이 국비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생존해 이자리에 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해 하셨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와 신의도를 잇는 삼도대교는 길이 550m, 폭 14.5m의 사장교다.
접속도로를 포함해 총 길이 1.389㎞로 2010년 5월 착공해 국비 195억원, 도비 524억원 등 719억원이 투입됐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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