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 총리 연임 눈앞…EU 가입 협상에 탄력 붙을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5일 치러진 알바니아의 총선에서 집권 사회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율 60%가 근접한 가운데 에디 라마(52) 총리가 이끄는 좌파 성향의 사회당이 49%의 득표율을 보여 전체 140석 의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7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6일 밝혔다.
중도 우파 성향의 제1야당 민주당은 29%의 득표율로 40석 안팎을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과거 10년 간 '킹메이커' 노릇을 해온 일리르 메타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통합운동(SMI)은 15%대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최종 개표 결과가 이 같은 추세대로 확정되면 현재 SMI와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당은 단독으로 집권이 가능해진다.
연임이 유력해진 라마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 국가적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정치·사법 개혁과 경제 성장을 달성하려면 단독 집권이 필요하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해왔다.
라마 총리는 아직 승리를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당을 상징하는 분홍 색깔로 칠해진 지도에 '75+'라는 문구를 올려 75석 이상으로 연임을 기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한 화가 출신으로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기도 한 라마 총리는 2m의 큰 키를 앞세워 알바니아 국가대표 농구팀으로 뛰기도 한 이색적 경력의 소유자다.
라마 총리는 1997년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된 것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00∼2010년 수도 티라나 시장을 지내며 칙칙하고, 생기 없던 도시인 티라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임을 눈앞에 둔 그가 단독 정부를 구성해 정치 안정이 실현되면 알바니아의 EU 가입 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바니아는 2009년 EU 가입 신청을 한 뒤 2014년 EU 가입 후보국이 됐고, 현재 EU가 요구하는 개혁 조치들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작년 11월 EU 보고서에 의하면 알바니아의 사법 독립성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며,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부패도 근절되지 않고 있어 EU 가입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라마 총리 앞에는 유럽 최빈국 중 하나인 알바니아의 경제 성장이라는 큰 과제도 놓여있다. 1990년대 초반 엔베르 호자의 고립된 공산 독재 체제에서 벗어난 알바니아는 월 평균 임금이 340 유로(약 43만원)에 불과하고,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에 놓여 있어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청년들의 이탈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이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인 47%로 떨어져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과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했다. 이 같은 투표율은 4년 전 총선 때보다 6%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당국은 저조한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표 마감 시간을 1시간 늦췄으나, 투표일이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이슬람 명절 이드 알피트르와 겹친데다 섭씨 39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 속에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끝내 투표소에 나오지 않았다. 인구 290만 명에 해외 거주 국민이 1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알바니아는 총 인구의 약 60%가 이슬람 신자다.
한편, 알바니아 총선은 룰짐 바샤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현 정부의 투표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며 지난 2월부터 장외 투쟁을 벌인 탓에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으나, EU와 서방의 중재안에 라마 총리와 바샤 대표가 지난 달 극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당초 예정보다 1주일 늦게 치러졌다.
부정 투표를 감시하기 위해 EU 등 서방 감독관 300명을 포함한 약 3천 명의 선거 관리인이 선거구 곳곳에 배치된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에서 일부 투표 매수 사건 등이 보고되긴 했으나 비교적 큰 잡음이 없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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