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3박 5일 일정으로 출국한다. 방미 첫 일정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로 잡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미동맹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가족사와도 연결되는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6ㆍ25 당시 많은 미군이 희생된 장진호 전투를 통해 중공군의 남하가 지연됨으로써 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부두의 피란민에 섞여 부산으로 올 수 있었다는 점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이처럼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더 나아가 양국 정부의 미래 동맹관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양국 관계의 전반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
한미 간에는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 대처방안이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논의 등 정상회담을 통해 조율해야 할 현안이 있다. 특히 미국 본토까지 불안하게 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핵 폐기로 이끄는 대북정책 공조 방안은 미국 입장에서도 한시가 급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중앙정보국(CIA)의 북한 동향 보고를 매일 받는 것도 그런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는 공유하지만 접근법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화 쪽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고 하겠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 속에서 아직은 제재를 끌어올리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미국 조야의 반북 정서가 들끓고 있어 이런 흐름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사드 배치 지연을 놓고도 앙금이 말끔히 해소된 것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 측이 "한국 내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고 밝히고 우리 측도 동맹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미국 상원의원 18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완전배치를 촉진할 방안을 모색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여전히 불편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라며 "번복할 의도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북핵 해법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전략이 미국의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전략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정상회담에서 동맹의 균열로 나타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 취임 51일 만에 이뤄진다. 우리 입장에선 역대 정부 중 가장 일찍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출범 4개월 만에 문 대통령을 만난다. 그런 점 때문에 한미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두 정상 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론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려 애쓰지 말고 허심탄회한 논의로 서로 간의 신뢰를 확인하고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성과 도출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우의와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무쪼록 두 정상이 긴밀한 우의와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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