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기존의 익숙한 장르와 스토리에서 벗어나 신선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영화 '리얼'의 이사랑 감독의 연출 변이다. 감독의 의도는 어느 정도 먹힌 듯 보인다. 영화는 그만큼 낯설고 새롭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줄거리와 연출 기법, 화려한 미장센, 강렬한 액션 등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탓일까. 137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지나도 정작 '진짜(리얼)'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극의 주 무대인 카지노의 이름 '시에스타'(낮잠)처럼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은 몽환적 느낌을 준다. 그만큼 이야기의 실체는 불분명하고, 여러 갈래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영화는 카지노 사업가 장태영(김수현 분)이 해리성 인격장애로 심리치료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내면에는 또 다른 인격인 르포 작가가 살고 있다.
심리치료 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장태영 앞에 이번에는 그와 똑같이 생긴 의문의 투자자가 나타난다. 카지노 지분 문제로 위기에 처한 장태영에게 투자를 빌미로 접근한 그는 장태영처럼 외모와 목소리를 바꾸고, 말투와 몸짓을 따라 한다. 심지어 장태영의 연인(설리)까지 빼앗는다. 장태영의 삶을 완벽하게 복제한 그는 마침내 자신이 실제 장태영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후는 장태영 대 장태영의 싸움이다.
이사랑 감독은 "사람들이 진짜라고 말할 때, 그 진짜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더라. 진짜라는 것은 어떤 믿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 설명해주기보다는, 당신이 진짜라고 믿는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액션 누아르를 넘어 실체와 허구, 믿음과 진실 등의 주제의식을 담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주제의식과 볼거리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다 때때로 산으로 간다.
특히 장태영을 둘러싼 인물들, 예컨대 카지노를 노리는 경쟁자 암흑가 보스 조원근(성동일), 장태영의 연인이자 심리치료사 송유화(설리), 의문의 형사(이경영) 등 나머지 인물들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영화 속 주배경인 카지노 역시 화려한 쇼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화려한 미장센에 이야기가 묻힌다.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한 액션 장면 등은 다분히 중국 투자자를 의식한 듯 설정으로 느껴진다.
영화의 중심을 잡는 것은 그래도 김수현이다. 이 영화는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그의 '원맨쇼'에 가깝다. 거친 욕설을 내뱉고, 주먹을 쓰며, 질겅질겅 껌을 씹는 '상남자' 이미지서부터 뿔테 안경에 다소곳한 말투를 쓰는 또 다른 모습까지 일인다역을 맡았다. 청소년관람 불가답게 극 중 연인으로 나오는 설리와는 파격적인 베드신까지 펼쳤다. 그러나 그가 혼신의 연기를 펼치면 펼칠수록, 영화적 완성도가 더 아쉽게 느껴진다.
'리얼'은 개봉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원래 이정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촬영까지 마쳤지만, 제작사와 이견 끝에 지금의 이사랑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아 후반 작업을 마쳤다. 중국의 알리바바픽처스가 한류 스타 김수현을 보고 110억원 이상 투자했다. 당초 중국 동시 개봉을 추진했지만,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개봉은 미뤄지고 오는 28일 한국에서 먼저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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