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민당에 헌법개정안 국회 제출 시점까지 정해주며 개헌에 박차를 가하자 야권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지나치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보다는 개헌안 통과 자체에 주력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야당 민진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를 '가케학원 스캔들 감추기'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24일 한 강연에서 올해 가을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12월초 이전) 자민당이 개헌안을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총리의 이런 '지시'가 나오자 자민당은 곧바로 개헌안 국회 제출 시기를 '연내'에서 '11월초'로 앞당기기로 했다.
노다 간사장의 발언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이처럼 개헌을 서두르는 배경에 가케학원 스캔들로부터 국민들의 눈을 돌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특혜에 영향을 미쳤다는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노다 간사장은 "헌법이라고 하는 중요한 논의를 하니까 다른 문제(가케학원 스캔들)로 방해하지 말라는 식으로 비친다"며 "아베 정권은 헌법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 스스로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에 대해 각 당과 논의를 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야당은 논의를 계속한 뒤 (각 정당을 아우르는) 통합형 개헌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자민당 내에서도 총리의 강한 의향이 있다고 해서 평화적인 삶을 좌우하는 헌법 논의를 졸속으로 진행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후나다 하지메(船田元)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 대행은 전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개헌 세력이 (개헌 발의 요건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점했다고 해서 무리하게 발의했다가는 국민투표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며 "개헌을 바라는 자는 국민투표의 중요성을 배워야 한다"고 적었다.
마이니치신문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 "너무 서두른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지나치게 총리가 발언을 하면 발발하는 사람이 나온다. (개헌 추진 방식이) 좀 엉성하다"는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의 한 간부 얘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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