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 2명과 자전거여행…"한국은 최고의 자전거도로 가진 나라"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자전거를 타고 지금까지 5개 나라를 여행했는데 한국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이른 아침부터 강한 햇볕이 내리쬔 27일 오전 충북 충주댐의 한 모텔.
12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22일 인천 아라갑문을 출발, 한국 종주 6일째에 접어든 호주의 '자전거 가족'이 모습을 나타냈다.
부산까지 633㎞ 구간의 자전거 종주에 나선 호주 멜버른 출신의 필 벨레뜨씨 가족이다.
충주에서 하룻밤을 묵은 호주 멜버른 출신의 벨레뜨씨는 다음 목적지로 떠나기 위해 능숙한 솜씨로 분주하게 짐을 챙겼다.
그는 각종 생필품부터 휴대용 텐트 등이 담긴 백을 자전거에 차곡차곡 실었다.
족히 10㎏이 넘어 보이는 백을 자전거 양쪽에 매달듯이 실은 그가 출발 신호를 보내자 지체 없이 그의 아내 수 테일러(53)와 쌍둥이 딸(11)들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하루에 50㎞가 넘는 강행군 일정임에도 푸른 눈의 '자전거 가족'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짐을 실은 벨레뜨씨가 선두에 섰고, 두 딸과 아내가 뒤를 이어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가족의 자전거 사랑은 유별나다. 벨레뜨씨는 자전거 액세서리 판매회사에 다니며 자전거 사랑을 키워왔다.
벨레뜨씨는 "자전거는 (여행하기에) 굉장히 효율적인 도구"라며 "무거운 짐을 싣고 장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고 예찬론을 폈다.
환자의 재활을 담당하는 작업치료사로 일하는 그의 아내도 남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산다.
테일러씨는 "쌍둥이가 태어난 지 8개월이 됐을 때 아이들을 유아용 자전거 트레일러에 태우고 네덜란드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을 정도"라며 환하게 웃었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한 가족의 해외 자전거 여행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미국, 덴마크, 스웨덴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더욱이 올해는 두 딸이 직접 자신들의 자전거 페달을 밟는 첫 해외여행이라 감회가 새롭다.
가족은 한국 여행을 결심할 때 의사소통 문제로 제대로 여행을 마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언어장벽이 오히려 가족에게 감동을 주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부부는 "언어 문제로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신경을 많이 써줘서 지금은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가족은 충주댐 인근에 왔을 때 만난 식당 주인을 떠올렸다.
부부는 "식당 주인이 저녁에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셔서 감동했다"며 "충주댐에서 떠나기 전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름다운 강이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전거도로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부산에 도착한 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제주도에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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