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민생·親中정책 평가 엇갈려

입력 2017-06-27 15:02  

퇴임 앞둔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민생·親中정책 평가 엇갈려

중국인 원정출산 금지 등에도 친중 이미지 불식 못해 지지도 역대 최저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이달 말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을 두고 홍콩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임기 내내 홍콩인들의 민생 개선과 경제 개혁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중국으로 과도하게 기울면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혔다는 혹평이 교차하고 있다.

27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렁 장관은 취임 후 중국인 임산부의 홍콩 원정출산 금지와 중국인에 대한 분유 판매 제한 등 일부 '홍콩 우선(Hong Kong Fisrt)' 정책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렁 장관은 특히 사회 복지 지출을 2012∼2013년 428억 홍콩달러(6조2천351억 원)에서 2012∼2013년 733억 홍콩달러(10조6천783억 원)로 무려 71% 늘리는 등 빈곤층 지원에도 힘썼다.

이에 따라 홍콩의 빈곤율은 2012년 19.6%에서 2015년 14.3%로 하락했다.

렁 장관은 2015년 7일 중국과 홍콩 간 펀드 상품을 교차 판매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중국 상하이(上海)와 홍콩 증시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호<삼수변에 扈>港通)과 홍콩과 선전(深천<土+川>) 교차거래인 '선강퉁'(深港通)이 각각 2014년 11월과 작년 12월 시행돼 국제 투자자들의 중국 본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넓인 점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연초에는 선전과 접경지인 록마차우(落馬洲) 지구에 '홍콩·선전 혁신·과학기술원(港深創新及科技園)'를 공동으로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렁 장관은 2014년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주장(珠江)삼각주구역 공기감측망을 설립하는 등 환경 협력에도 힘썼다.

감측망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들 지역 내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호흡 가능 미립자 수준은 10년 전보다 각각 연평균 72%와 28%, 34%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에도 렁 장관에 대한 평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홍콩대 조사에 따르면 렁 장관의 지지도는 취임 직후인 2012년 7월 초 100점 중 53.8점이었지만, 작년 5월 역대 최저치인 36.2점으로 떨어졌고 이달 초에도 37.6점에 그쳤다. 렁 장관 지지도가 시기별로 퉁치화(董建華) 초대 홍콩 행정장관이나 도널드 창(曾蔭權) 전 행정장관을 넘어선 적이 없다.

렁 장관이 주택 공급을 늘리고 부동산 투기 단속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한 점 등이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이 지난 1월 발표한 주택구매력 조사에 따르면 홍콩 주택 가격이 평균 연 소득의 18.1배에 달했다. 공공주택 신청자도 2012년 7월 19만9천600명에서 2016년 9월 28만6천500명으로 45% 급증해 평균대기 시간이 2012년 2.7년에서 지난 3월 4.6년으로 길어졌다.

특히 렁 장관의 과도한 친중 성향에 대한 홍콩인의 불만이 커진 점이 낮은 지지율의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렁 장관은 중국 당국이 기본법(헌법격)에 따라 약속한 보통선거 시행을 막아 2014년 역대 최대 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렁 장관은 통상 영문 이니셜 'CY'로 불리지만,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 등은 렁 장관이 5년 전 선거에서 1천200명의 선거위원 중 과반을 약간 웃도는 689명으로부터만 지지를 받은 것을 빗대 '689'나 외모에서 착안해 '무자비한 늑대'라는 별칭을 붙였다.

일부에서는 렁 장관이 급격하게 부상한 것을 두고 중국공산당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1954년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난 렁 장관은 현 홍콩이공대 학사와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 박사 과정을 졸업한 뒤 1970년대 후반 홍콩에서 측량사로 일하면서 선전과 주하이(珠海),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내 중국 간부에게 시장 경제를 정기적으로 강의하는 홍콩 전문가 그룹을 구성했다.

렁 장관은 1984∼1997년 홍콩 주권반환과 홍콩특별행정구 설립을 위한 예비 작업에 참가하고 기본법자문위원회 비서장으로 선임됐으며 주권반환 후에는 정부 최고자문기구인 행정회의 소집인(의장)을 맡았다가 2011년 행정장관 출마를 위해 사임했다.

범민주파인 민주당의 마틴 리(李柱銘) 전 주석은 렁 장관 집권 하에 중국공산당 통치가 됐다고 비판했다.

중도파인 민주사로(民主思路)의 레이먼드 막(麥嘉晉) 이사는 렁 장관이 주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해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 다른 구성원을 단결시키는 데도 실패했다며 범민주파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비판했다.

렁 장관은 낮은 지지율 때문에 연임을 포기한 채 캐리 람(林鄭月娥·59·여) 행정장관 당선인에게 전권을 넘겨주는 신세가 됐지만,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전국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임돼 일정부분 정치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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