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웅 IOC 위원 "우리 처음 만난 게 언제인가"며 반색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10월 태권도대회에 다시 초청하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환경은 엄중하지만, 남북 스포츠 원로들의 만남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27일 저녁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호텔에서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한 건장한 체격의 젊은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17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시범공연을 하고 이날 세계태권도평화통일지원재단(GTSF) 주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한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다.
시범단의 젊은 선수들은 다소 굳은 표정이었지만, 남북 스포츠 교류의 산증인인 김운용(86)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과 북한의 장웅(79) IOC 위원은 마치 젊은 시절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만찬에 앞선 다과회에서 장 위원은 김 부위원장에게 건강 상태를 물었고, 김 부위원장은 "겉으로는 괜찮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둘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역사적인 남북 공동입장을 끌어낸 주역이다.
2007년 장웅 당시 ITF 총재가 시범단을 이끌고 방한했을 때도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한 바 있다.
장 위원은 세월이 많이 흘렀다면서 "우리가 처음 만난 게 언제인가"라며 "계속 이렇게 깔고 앉아 있으면 새싹이 피어나지 못한다"고 농담했다.
만찬 자리에는 정부를 대표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도 참석했다.
장 위원은 "차관을 오래 하셨느냐"고 물었고, '이번 달부터 하고 있다'는 대답에 "새 기분으로 멋있게 잘해달라"고 덕담했다.
천 차관이 '많이 도와달라'고 하자 장 위원은 "난 축성여석(성을 쌓고도 남은 돌)"이라며 "이제 팔십이 됐기 때문에 손자, 손녀 데리고 낚시도 다녀야겠다"고 답했다.
만찬 행사는 성악가의 공연, 참석자 소개, GTSF 소개, 전용원 GTSF 이사장 환영사, 리용선 ITF 총재 답사,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격려사, 유용태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의 건배 제의, 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김 전 부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닷새간 서울에서 열리는 2017김운용컵국제오픈태권도대회에 장 위원과 리 총재를 다시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 회장은 이어진 건배사에서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신 여러분 정말 좋은 추억 갖고 가시기 바란다"며 '위하여!'를 외쳤다.
만찬은 오후 9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나온 장 위원은 밝은 표정으로 "김운용 박사님이랑 말씀을 많이 나눴는데, 늙은이들이 만나면 미래보다는 과거를 많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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