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공격 용의자는 범죄수사대 조종사…전 내무장관 연루가능성
마두로 대통령 "정권 뒤흔들려는 테러공격" 규정…개헌 강행의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정정 불안이 계속되는 베네수엘라에서 27일(현지시간) 헬리콥터 한 대가 정부 청사와 대법원을 공습했다고 AP·AFP·dpa통신과 CNN 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상공에 탈취된 경찰 헬기가 나타나 대법원 사무실 방향으로 기총사격한 뒤 수류탄 2발을 떨어뜨렸으나 불발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 헬기는 내무부 건물을 먼저 공습한 뒤 인근에 있는 대법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네스토 비예가스 정보부 장관은 조종사가 탈취한 헬기로 내무부에 총기 15발을 발사했으며 이후 가까이 있는 대법원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또 그 시각, 내무부에 행사가 80여명이 참석한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자칫하면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건 당시 대통령궁에서 생방송으로 친정부 성향 언론과 대담 중이던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현 정권을 뒤흔들려는 테러 공격"이라며 곧바로 대공 방어 체제를 가동했다고 주장했다.
헬기 공습을 실행한 주체를 반정부 시위 세력으로 규정한 마두로 대통령은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치는 비극이 일어날 뻔했다"며 조만간 이번 테러 공격을 강행한 이들을 체포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이 휴정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탈취된 헬리콥터 수색에 나섰다.
이에 대해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구실로 이번 사건을 이용해 공포를 확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테러 주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공습 직후 온라인에선 반정부 구호가 적힌 배너를 단 푸른색 경찰 헬기 사진과 군복 차림의 한 남성이 마두로의 폭압에 항거하라고 종용하는 영상이 나돌아 반정부 인사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오스카 페레즈'라고 신원을 밝힌 남성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베네수엘라 범죄수사대(CICPC) 특별대응팀 소속 조종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성명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내일이 돼서야 우리의 양심과 국민에게 심판받거나 오늘 당장 이 부패한 정부에서 해방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헌법 수호를 위해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복면을 쓴 남성 네 명이 소총을 든 채 배경으로 등장한 이 영상에서 페레즈는 자신이 군인과 경찰관, 공무원 연합을 대변해 발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이 남성이 미겔 로드리게스 토레스 전 내무장관 밑에서 헬기 운전사로 일한 적이 있다며 토레스 전 내무장관과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토레스 전 장관이 좌파 지지자들을 결집, 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이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토레스 전 장관 측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며 연루설을 즉각 부인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본인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용의자가 베네수엘라 주재 미 대사관과 중앙정보국(CIA)의 지령을 받아 테러를 강행했다며 미국이 반정부 시위의 배후라는 기존 주장도 반복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앞서 반정부 인사 5명의 구속 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들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략을 위한 길을 닦기 위해 공모했다며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베네수엘라 우파의 광기를 억제할 책임이 있다"며 "베네수엘라를 혼란과 폭력으로 끌고 간다면 우리는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투표로 성취할 수 없다면 무기로 해내겠다"며 개헌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3월 말부터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며 지금까지 70명 이상이 숨지는 등 극심한 혼돈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극심한 경제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일상이 된 가운데 혼란을 틈타 약탈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며 정정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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